
18일 현재 울산에는 2023년 기준 모두 332개의 공공조형물이 있다.
관리주체별로 남구 151개, 중구 71개, 울산시시설관리공단 42개, 동구 26개, 울주군 21개, 북구 15개, 울산시 6개다.
공공조형물은 2000년대 초 공공디자인, 경관개선 등을 위해 도심이나 상징성 있는 곳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당초 공공조형물은 공적인 기능과 상징성, 홍보, 지역 활성화 등의 효과를 위해 조성됐으나 우후죽순 들어서며 특색과 상징성을 잃어버린 경우도 부지기수다. 낡아서 관리와 안전 문제도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른다. 만들어진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실제 지난해에만 울산에서 철거된 공공조형물이 12개다.
지난해 울주군 간절곶에서 3m 높이의 치술령 신모상이 철거됐다. 치술령 신모상은 신라 충신 박제상과 부인의 이야기를 담은 공공조형물이다. 박제상의 부인은 볼모로 잡혀있던 신라 왕자를 구하기 위해 왜(일본)로 건너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치술령에 올라 왜쪽으로 통곡하다 망부석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라시대 이야기를 담은 신모상 복장이 조선시대 복장이라는 민원이 제기돼 철거가 이뤄졌다.
이 조형물은 설치 위치를 두고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치술령은 영남알프스 변방의 봉우리에 해당하는데, 간절곶에 ‘치술령 신모상’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됐기 때문이다.
북구에서도 10개의 공공 조형물이 사라졌다.
이들 조형물은 지난 2016년까지 쇠부리 축제에서 진행됐던 작품 공모전 수상작들이다.
수년 간 야외에 전시되면서 부식, 노후화를 피할 수 없었다. 북구는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다 ‘흉물스럽다’는 민원까지 잇따르자 작가와 상의 끝에 8개는 철거, 2개는 작가 수거로 철거 문제를 매듭지었다.
앞서 2022년 울주군에서는 민주평통이 평화통일 염원 기념비로 10여년 전 논란이 일었던 남근석을 재활용했다 재철거하는 등 공공조형물이 적정성, 상징성 논란에 오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철거되지 않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조형물도 여럿 있다.
울산시교육청에서 중구청 방향 고가다리 위 조형물로 유명한 ‘함월드림게이트’가 대표적이다. 이 조형물은 중구가 2017년 중구 중심시가지 재생사업 일환으로 10억원을 투입해 야심차게 조성했다. 하지만 준공 3년 만에 정기점검에서 녹이 생기거나 볼트가 느슨해지는 등 문제가 노출됐다. 당시 시공사와 구청 간 함월드림게이트 공사비 과다지급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중구는 이음새, 방수 등에 구비 3300만원을 들여 보수하며 문제를 일단락했다. 문제는 함월드림게이트가 점검 의무 대상이 아닌데다 고가차도 위에 있다보니 안점점검부터도 상당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구는 현재 고가도로 영향으로 잦은 진동에 노출되는 등 안전을 고려해 전문가를 동행한 점검을 계획하고 있다.
김서희(37)씨는 “장소와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공공조형물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정의 산물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공공조형물 분야가 도시 전반의 분위기와 맥락 등을 고려한 공공디자인으로 바뀌는 추세다. 앞으로의 방향도 도시 전체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측면에서 조형물 건립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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