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전락한 공공조형물]공감대 없이 설치된 조형물 시민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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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전락한 공공조형물]공감대 없이 설치된 조형물 시민 외면
  • 강민형 기자
  • 승인 2024.02.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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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남구 종하거리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 전반적인 상권침체 속에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랜드마크는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지형이나 시설물을 의미한다. 울산에는 랜드마크를 표방하는 수많은 조형물들이 생겼지만 개성이 부족해 관심에서 멀어지고 잊혀져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남구는 추억과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공업탑 상가 일원에 종하거리 상징게이트를 조성했다. 종하거리라는 명칭이 시민 설문조사로 결정된 이후 상권 활성화, 상징성 제고 등을 위해 설치했다. 예산 3억원을 투입해 길이 14.1m, 높이 7.9m 규모로 조성됐다.

상징게이트는 교통의 요지였던 공업탑 상권이 도시의 발달과 산업군 변화, 경기 등의 영향으로 침체를 맞은 뒤 낮에는 인근 기관, 병원 직원 외에는 방문객을 보기 드물어진 공업탑 상권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일원에는 1987 벽화와 또다른 조형물도 세워졌다. 하지만 모두 시민들의 관심 밖이다.

지난 22일 찾은 종하거리 안 조형물 옆으로는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고, 상징게이트를 두고 주민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운전자들은 상징게이트를 통해 거리에 들어오기 전 기둥에 가린 보행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차량을 급히 세우기도 한다. 사정을 잘 아는 보행자들은 차가 언제 들어올지 몰라 여러 번 주변을 살피고 뛰어가는 경우도 있다.

남구가 2억8800만원을 투입해 지난해 삼호동 와와교차로 일원에 세운 철새마을 조형물도 눈길을 끌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당초 태화강이 인접하고 철새가 찾는 삼호동을 방문객들에게 알리겠다는 취지로 ‘삼호 그린철새마을 조형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조형물의 의미는커녕 이름조차 모르는 주민이 대다수여서 존재감이 바닥 수준이었다. 와와교차로 내 교통섬에 설치된 조형물은 특색이 없는데다 위치도 눈에 띄지 않아 실패한 조형물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이 조형물은 최근 교통 개선 사업으로 교통섬에서 인근으로 위치를 옮겼다.

동구 꽃바위 바다소리길 일원의 외국인 특화거리 상징 조형물은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거리 특성을 반영해 동구가 특화거리를 조성하며 설치했다. 하지만 조선업 침체기를 거치며 외국인 인구가 급격히 감소, 특화거리 자체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조형물 역시 외면 받고 있다.

동구 방어진 활어센터 일원의 동요 민속화 조형물을 두고도 동요 민속화와 동구, 방어진활어센터 간의 연관성에 의문을 표하는 일이 잦다.

이 조형물은 코로나 유행 당시 미술계-경기·거리 활성화 차원에서 미술계 지원을 위한 국가 사업으로 4억1500만원을 투입해 조성됐다. 하지만 일회성 사업에 그친데다 사업 내용이 홍보되지 않으면서 조성 목적이 희미해졌다.

일각에서는 공공조형물이 보여주기식 행정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지난 2009년 3억원을 들여 준공된 뒤 철거 요청이 빗발쳐 2019년 사라진 포항의 ‘은빛풍어’나, 16억원을 투입했지만 조성 과정이 불투명해 질타를 받고 있는 청도의 청도교 ‘아치형 조형물’ 등 타 지자체의 선례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공공 조형물의 중요성을 지자체가 다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공공 조형물이 대체로 도시 결정점에 설치돼 불특정 다수의 일상에 시각적으로 노출되는 만큼 개인의 의지와 생각이 아닌 공동체성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조성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민 영산대학교 스마트공과대학 학장은 “기초단체부터 (공공조형물을) 시민에게 정치인의 치적을 알리는 도구로 왜곡하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며 “계속해서 변화를 거듭하는 도시의 작고 사소한 시설물부터 통일감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정비해 공공 공간 조성 방법을 고심해 나가야한다”고 조언했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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