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전국에서 ‘의료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울산에서도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다른 지방과 달리 2차 병원 병목현상 등은 발생하지 않는 모습이다.
26일 오전 찾은 중구 동강병원. 병동 1층 로비에 들어서자 분주히 오가는 환자와 보호자, 병원 관계자를 볼 수 있다. CT실과 소아병동 등을 제외한 다른 외래 진료과 앞에는 소수 또는 평소와 비슷한 수의 환자만이 대기하고 있다.
보호자 A(40대·중구)씨는 “뉴스에서 의료대란이라고 하기에 진료를 못 볼 줄 알았다”며 “걱정하며 부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생각보다 대기시간도 길지 않고 평소 진료하시던 선생님도 출근하셨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예약하고 왔어도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뇌신경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B(60대·남구)씨도 “뉴스에서 전공의 사직과 관련해 말이 많은데, 다른 나라 얘기 같다”며 “진료 때문에 병원을 정기적으로 오지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동강병원 관계자들은 평소 월요일 아침보다 오히려 환자가 적은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같은 날 오후 북구 시티병원. 점심시간 이후임에도 바쁜 모습을 볼 수 없다. 진료 적체보다 주차장 적체가 더 심한 모습이다.
이날 진료차 병원을 찾은 C씨는 “보건의료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시킨다는 뉴스를 봤는데, 언론이나 정부가 설레발치는 것 같다”며 “오히려 이런 기사로 인해 불안감이 더 증폭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런 현상은 울산의 모든 2차 병원 이 전문의를 중심으로 진료를 보고 있어 전공의 집단 사직의 영향이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이다.
울산의 한 병원 관계자는 “지방 환자들이 서울·경기로 원정 진료를 떠나다 보니 의료 대란이 발생해도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수도권 원정 진료의 폐해를 반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역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의료대란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의대 증원 이후의 문제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대 증원 이후, 양성된 의사들이 지방에 정착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들을 사전에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