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7)]경칩, 개불알꽃 그리고 봄까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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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7)]경칩, 개불알꽃 그리고 봄까치꽃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4.03.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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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오늘은 겨울잠을 자던 벌레와 개구리들이 천둥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뛰쳐 나온다는 경칩(驚蟄)이다. 그 중에서도 개구리는 경칩에 땅 위로 뛰쳐나오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경칩 무렵엔 대륙에서 남하한 한랭전선이 통과하면서 천둥이 치는데, 옛사람들은 천둥소리를 듣고 개구리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특히 양서류인 개구리는 온도 변화에 민감해 기온이 오르면 금세 알아 차린다. 울산에서는 이번 주 천둥이 치면서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경칩 즈음에는 벌레들 외에도 무수한 생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중의 하나가 ‘큰개불알꽃’이다. 꽃 이름이 망측스러워 차마 입에 올리기가 민망하지만 사전에는 어엿하게 올라가 있다. 이윤옥 시인이 지난 2015년 펴낸 <창씨개명된 우리풀꽃>에 따르면 큰개불알꽃은 일제강점기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 마키노 도미타로가 씨주머니 속의 씨방이 개의 음낭처럼 생겼다 해서 ‘큰개불알(大犬の陰囊)’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렇게 이쁜 꽃을 큰 개불알에 비유했다니, 일본인들의 조선 비하심리가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

큰개불알꽃은 다른 이름으로 훨씬 더 많이 불린다. 바로 ‘봄까치꽃’이다. 봄까치꽃은 겨울이 지나간 뒤 가장 먼저 피어오르는 꽃 중의 하나다. 서양인들은 꽃이 피었을 때 보이는 수술 2개가 눈처럼 보인다 하여 ‘Bird’s eye’(새의 눈)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지금(地錦, 땅비단)이라 부른다.

▲ 개불알꽃
▲ 개불알꽃


까치가 놀러 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어떻게 대답할까/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내가 기뻤던 봄//…

‘봄까치꽃’ 일부(이해인)

▲ 큰개불알꽃(봄까치꽃)
▲ 큰개불알꽃(봄까치꽃)

그런데 불알을 닮은 꽃은 또 있다. ‘큰개불알꽃’이 아닌 그냥 ‘개불알꽃’이다. 둘 다 ‘불알’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만 모양도 다르고 소속도 전혀 다른 꽃이다. 큰개불알꽃은 꿀풀과에 속하는 것이지만 복주머니처럼 생긴 개불알꽃은 난(蘭)과에 속한다. 그래서 ‘복주머니 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자 ‘春(춘)’은 초목(艸, 풀초)이 햇볕(日)을 받아 자라난다는 뜻이라고 한다. 경칩을 맞아 양지마다 봄까치꽃이 손톱만한 크기로 피어나니 대지가 생명으로 충만하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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