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젖줄, 지방하천이 멍든다]복원사업후 관리부실로 주민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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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젖줄, 지방하천이 멍든다]복원사업후 관리부실로 주민 외면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4.03.06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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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북구 명촌천의 일부 지류는 각종 쓰레기와 오수 등 관리가 안돼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 효문공단을 관통하는 북구 연암천 곳곳에서는 공단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이는 하수가 여과없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오염된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고 하천 정비로 훼손된 생물 서식처를 복원해 수생태계 건강성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지난 1987년 오염하천 정화사업이 기원이다. 1990년 ‘수질환경보전법’, 2006년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등의 개칭을 거쳐 제도적 보완을 통해 사업이 추진 중이다.

울산에서는 국가하천인 태화강과 지방하천인 명촌천, 연암천, 무거천, 천곡천 등에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진행됐다.

본보 취재진은 지난 한 달간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진행된 지역 하천의 실태를 살펴봤다. 이 중 태화강과 무거천은 사업 시행 이후에도 잘 관리되고 있는 반면, 명촌천과 연암천은 다소 방치된 모습으로 대조를 이뤘다.

무거천은 지난 2013년 6억76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2.59㎞ 구간을 정비했다. 식생수로·식색토낭 설치, 돌망태 철거 등 수질 정화시설을 5곳에 설치했다. 현재 무거천은 울산의 대표 벚꽃길로 여겨진다. 5일 발원지부터 종점까지 하천 산책로를 따라 버려진 쓰레기를 일일이 세었음에도 30여개가 넘지 않는 등 관리가 잘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북구 명촌천과 연암천은 산책로로 많이 이용되는 구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버려진 모습이다.

지난 2009년 12억6500만원을 투입해 1.632㎞ 구간에 걸쳐 유입 오수 등을 차단했지만, 효문공단을 통과하는 구간부터 하천 바닥은 수심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천 바닥은 오랜 세월 쌓인 오니로 덮여있고 각종 생활·산업폐기물이 갈대에 엉켜 썩어가고 있다. 하천에 연결된 각종 농수로 역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각종 쓰레기로 덮인 채 고여있다. 특히 명촌천 발원지에 해당하는 일부 구간은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하천 바닥을 뚫고 작은 우물을 만들어 용수로 사용하거나, 하천에 양파·대파 껍질 등 농업부산물과 비료를 아무렇게나 버려두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주민들이 산책로로 애용하는 송정택지지구 내 하천변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최근에는 1급수에만 사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목격했다는 목격담이 제보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사업을 시행하고, 지난해 5년간의 모니터링을 종료한 북구 천곡천은 2㎞ 구간에 39억9200만원을 투입, 자연형 호안조성과 식생군락, 산책로 등을 조성했다. 모니터링 결과, 수소이온(pH) 농도와 용존산소량(DO)이 매우좋음 등급,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매우좋음~약간좋음 등급 등 사업 시작 전 나쁨~매우나쁨 등급이던 수치들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하지만 최근 방문한 천곡천은 주민들에게 외면받는 모습이다. 생태하천 복원사업 시작점인 상류는 인근에서 오수가 유입된 듯한 노란색 거품이 떠 있고 아파트와 맞닿은 하천변에는 킥보드, 비닐, 캔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주민 A씨는 “국비를 지원 받아 산책로를 조성해 두고서 한 번을 관리 안 한 듯 잡초만 무성하다. 사람들도 바로 옆 동천 산책로를 이용하지, 천곡천 산책로를 이용하지 않는다”며 “특히 생태교육학습장이란 곳이 몇 군데 설치돼 있는데, 무엇을 교육하려고 만든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도중에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만, 사업이 완료되고 주민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행정기관의 관심 역시 멀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원이 줄어들면 행정기관의 관심이 낮아지고 관리가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생태하천 복원사업 관련 연구를 다년간 수행한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는 “복원은 온전한 자연의 모습을 모방해 훼손된 자연을 고치는 것”이라며 “과거 온전한 모습의 하천과 다른 모습으로 복원되는 것이 대다수다. 과거 지도를 구해 보더라도 하천이었던 곳이 논밭으로 바뀌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제대로 된 하천을 복원하기 위해선 유럽과 같이 강폭을 넓혀야 하며 하천에는 메타세쿼이아 같은 산림에 심는 식생이 아니라 버드나무 같은 본래 하천에서 자라던 식생을 심어야 한다”며 “버드나무가 아닌 나무들은 우천 시 물 흐름을 방해하거나 막아 홍수 피해를 증대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시민들에게 내가 버린 쓰레기로 인한 파급 효과 등 환경교육이 아닌 실제 가능성이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생태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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