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울산시립미술관 올해 첫 전시회 ‘한국 근현대미술 흐름: 시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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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울산시립미술관 올해 첫 전시회 ‘한국 근현대미술 흐름: 시대 울림’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4.03.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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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의 모습을 담아낸 ‘울산 모색: 울 도시, 울 미술’ 기획전이 7일부터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시립미술관이 올해 첫 전시회로 7일부터 마련하고 있는 ‘한국 근현대미술 흐름: 시대 울림’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0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의 미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지역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대형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는 시기별로 나눠 1900~1945년, 1945~1960년, 1960~1970년대, 1980년대 이후 등 1~4부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건 거장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2부 ‘성장과 모색’이다. 고(故) 이중섭, 박수근 화백 등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변혁시대에 한국 미술사를 빛낸 거장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작품 중에서 이중섭 화백의 ‘부부’는 푸른 날개의 수탉과 붉은 날개를 가진 암탉이 화면 위쪽과 아래쪽에서 입맞춤을 시도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두 마리 닭은 서로 닿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수직적으로 묘사된 이들의 모습은 배경에 가로로 그어진 선과 대조돼 더욱 힘겨워 보인다.

이 화백의 작품의 소재는 소, 닭, 어린이, 가족 등이 많다. 이 화백 소재상의 특징은 향토성을 강하게 띠는 요소와 동화적이며 동시에 자전적(自傳的)인 요소다.

박수근 화백의 ‘소금장수’는 소금장수 여인이 한 손에 턱을 괴고 노상에 앉아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마냥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무심한 표정과 자세는 언뜻 한가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묵묵히 삶의 무게를 짊어진 어머니의 희생과 절박한 생활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서민화가’로 요약되는 박 화백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며 노상과 장터 등 가난하고 소박한 일상을 정감 있게 표현하며 이 화백과는 차이를 보인다.

‘한국 근현대미술 흐름’과 함께 선보이는 ‘울산 모색: 울 도시, 울 미술’에서는 산업도시 울산을 표현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울산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울산을 표현한 작품들을 만나볼 있다는 점에서 이 전시회 또한 의미가 있다.

전시회는 울산의 암각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과 울산이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모습들을 다루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로 죽음의 강이 됐던 태화강이 생명의 강이 되기까지의 모습도 담겼다.

작품들 중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반구대 암각화(현 반구천의 암각화), 현대조선소, 포항제철소 일대를 촬영한 박경근 작가의 멀티미디어 프로젝트 ‘철의 꿈’이다. 이 작품은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진 고래가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되는 대형 선박이 됐다는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돼 만든 것이다.

산업화가 되면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 지역민들의 애환과 고래의 흔적만 남은 장생포의 모습을 담은 장우진 작가의 ‘고래가 있던 마을’과 에너지 전환으로 석유화학공장이 더이상 쓸모 없어진 미래에 공장단지가 사람들의 주거공간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문창환 작가의 ‘화공동 1단지’도 눈길을 끈다.

다만 전시회에 참여한 16명의 작가 중 울산 출신은 4명에 불과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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