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울산시는 ‘대중소 상생형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울산CLX의 정보 공유라는 결단에서 시작됐다. 울산CLX는 석유화학 중소기업과의 상생 발전을 위해 20년간 축적한 설비·안전 관련 내부 데이터를 가공해 공유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일급비밀로 분류되는 내부 정보를 외부 업체와 공유하기로 한 것은 국내에서 최초다.
울산CLX는 이를 위해 2년간 150억을 투입, 한국형 차세대 설비관리 시스템인 ‘OCEAN-H’를 지난 2021년 5월 개발했다.
OCEAN-H에는 61만기 113개 공정과 관련된 1200만건의 기준 데이터와 6400만건의 정비·고장이력 관리 데이터 등 총 8600만건의 데이터가 들어 있다.
울산CLX가 OCEAN-H 시스템을 개발한 지 3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데이터 공유에는 진척이 없다.
당초 시는 OCEAN-H의 정보를 기반으로 예산을 확보해 지역 중기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울산CLX가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지역 중기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일명 ‘울산제조혁신랩’을 구축해 AI 학습 데이터와 중소제조 맞춤형 플랫폼, AI 솔루션 구축 지원 등을 맡도록 했다. 또 UNIST AI대학원 등과 연계해 데이터 가공 및 AI솔루션 등 AI 융합기업도 유치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시는 3년간 연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시는 지난해 예산 확보전 초반까지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연구원의 선도 사업에 선정됐고, 산업부도 현장을 방문하는 등 긍정적인 기류가 이어졌다. 그러나 긴축재정에 나선 정부의 일괄 예산 삭감 기조에 밀려 사업 항목이 없어지며 추진 동력도 사라졌다.
시는 올해 다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의 기조는 여전히 긍정적인 가운데 기재부의 예산 반영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관계자는 “지역 중소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보유한 데이터를 제공해도 뭔가를 만들거나 활용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디지털 전환을 하고 싶어도 비용 문제 때문에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만큼 국비를 확보해 중간 고리를 만들어 데이터 공유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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