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전락한 공공조형물]무분별하게 조성 조형물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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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전락한 공공조형물]무분별하게 조성 조형물 공해
  • 강민형 기자
  • 승인 2024.03.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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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진입로 입구에서 세워진 조형물.
▲ 울산 동구 꽃바위 화암등대길에 설치돼있는 동구 캐릭터 마니.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도시 경계 지점에는 ‘어서오세요. 00시입니다’는 안내판이 일정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대체로 시나 구·군이 세운 것인데, 공공 조형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공공 조형물과 다른 기준으로 설치와 유지·관리가 이뤄진다. 설치 조건이 뚜렷하지 않다보니 쉽게 세워지고 쉽게 사라진다. 환경, 경관 등 개선 사업에 포함돼 설치됐다 부적절 논란을 빚거나 유지·관리나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철거를 앞두기도 한다.

등억온천단지 입구에 세워진 영남알프스를 형상화한 입체 조형물은 경관 정비 공사에 포함돼 들어섰다. 지난 2016년 영남알프스 진입로 경관 정비 공사로 기존 노후화된 등억온천단지 진입 게이트를 철거하고 자리잡았다.

6000만원의 예산을 들였는데, ‘영남알프스온천,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라고 적힌 구조물의 위치는 웰컴복합센터와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산을 형상화한 모습 탓에 온천단지와의 연관성은 떨어진다. 글자 아래 조형물 안쪽에는 신호등도 설치돼 있어 전체적으로 산만한 인상을 준다.

양쪽 기둥이 도로 바깥 쪽과 인도에 세워져 있어 보행자 통행 불편도 야기한다. 인도 쪽 기둥이 일정 각도로 비스듬하게 인도 한 가운데에 박혀있어 2명이서 함께 지나가기 어렵다.

김종문(62)씨는 “(조형물이) 복합웰컴센터 입구에 있는 것도 아니고 가운데 신호등도 들어가 있다”며 “설치 이유와 목적을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위치와 설치 방향 등이 부적절해 보이는 조형물도 있다.

언양요양병원 사거리 일원 왕복 6차선 부산·양산~울산 방향 도로변에 설치된 ‘참좋은 삼남’ 글자 조형물이다.

울주군 삼남면이 지난 2020년 읍으로 승격한 것을 기념하며 2022년 읍 행정복지센터와 삼남읍 경계부에 3600만원을 들여 삼남읍이 설치했다.

이 조형물은 부산에서 울산으로 진입하는 방면의 길목 우측 도로변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설치 방향이 잘못돼 부산에서 울산으로 들어오는 운전자들은 거꾸로 된 글자를 만나게 된다. 그나마도 조형물 바로 앞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함에 가려 읽기가 더 어렵다. 울산에서 부산으로 가는 운전자는 도로 건너편에 설치된 조형물 존재 자체를 인식하기 쉽지 않다.

지자체가 설치했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철거됐거나 철거를 앞둔 조형물도 있다.

동구 꽃바위 화암등대길 일원에 일정 간격을 띄어 세워진 동구 캐릭터 조형물들이 대표적이다.

‘고미’ ‘마니’ ‘도리’ 등의 조형물은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나무데크 위에 세워져 건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데다 일부는 고정도 되지 않아 파손 위험이 높다. 결국 고미 조형물은 태풍 등으로 파손돼 철거된 상태다.

남구 거마공원은 김유신이 말을 타고 지나갔다고 붙여진 남산의 옛 이름인 ‘거마’산을 차용해 1억8000만원을 들여 새단장했다. 김유신과 말 조형물, 역사·유래를 적어둔 안내판 등으로 꾸며졌지만 이를 아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 이 공원은 곧 재개발로 철거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런 조형물들이 관광 활성화·경관 개선 사업의 일부로 설치돼 공공 조형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공 조형물과 같은 설치와 관리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다. 크고 작은 조형물이 상황에 따라 설치됐다 철거되는 일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이에 공공 조형물의 관리·기준을 확대하고 개념의 범주를 늘리는 한편 각 지자체 별 조형물 현황과 관리 기준을 세분화해 전체적인 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조형물의 설치 절차에서 결정권자의 결정이 쉬울수록 도시 전체의 흐름과 통합적인 도시민의 경험이 누락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조형물이 일방적으로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유명희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움직임 속에서 도시 풍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체로 현장에 대한 이해나 점검없이 조형물에만 집중하다 보면 도시 전반적인 부분에서 공감되지 않는 한정적인 장르가 나타나게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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