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위서’ 주장 실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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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위서’ 주장 실려 논란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4.03.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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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남구문화원이 최근 예절을 주제로 발간한 에세이집에서 저자가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解例本)’이 위서(僞書)라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남구문화원이라는 공적기관에서 발간된 책자여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남구문화원에 따르면, 문화원은 서예가이자 예학자로 30년 동안 예(禮)에 관해 연구해 온 김옥길 서예가의 예절 에세이집 <왜 다시 예절인가>를 최근 발간해 지역 기관·시설 등에 배포했다. 지난해 울산시 공모사업에 선정돼 55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총 300부를 제작했다.

이 책은 김씨가 기고했던 신문 칼럼과 예절 산책, 예절 문답 도서와 같은 저서, 다양한 강의자료를 재편집해서 만들었다. 책은 크게 △언어 예절 △예절 산책 △ 관혼상제 △예절 문답 △기타 △부록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김씨가 이 책 제5편 기타에서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解例本)은 위서(僞書)다”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 글이 적시돼 있다는 데 있다.

‘훈민정은 해례본’은 훈민정음의 해설서다. 한글, 즉 훈민정음이라는 문자 체계의 사용 방법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국보 제70호이며,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김씨는 글에서 “책을 만들면 머리말이 있어야 한다. 머리말이 없으면 위서이다”라고 전제한 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학자인 ‘오구라 신페이’(경성제국대학 교수)가 실록에 실려 있는 ‘훈민정음해례’를 책으로 만들면 돈이 되겠다는 판단 아래 제자인 이용준에게 안평대군 서체로 ‘훈민정음해례본’을 만들고 보니 종이 질이 세종 때 와는 다르고 새 종이라 안동에 내려가 소죽솥에 삶아 누런색이 나 옛 티가 났다”고 적시했다.

또 “이용준 역시 ‘훈민정음’이 자기 집안의 세전 가보가 아니라 처가인 광산김씨 농암종택(경북 유형문화재) 긍구당에서 빌려왔다는 사실은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이 위서를 간송 전형필에게 거액을 받고 팔아서 좌익운동을 했다. 팔아서 넘길 때 ‘오구라 신페이’가 전형필에게 지키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복후 ‘오구라 신페이’가 일본으로 돌아간 뒤 전형필이 갖고 있던 ‘오구라 신페이’ 위서 붓글씨 ‘훈민정음’ 책을 조선어학화에서 1946년 석판으로 대량 인쇄했다”며 “그 책이 이른바 ‘오구라 신페이’ 편집 위서 훈민정음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위서임을 밝히는 근거는 많이 있으나 지면이 허락지 않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글을 마무리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김씨의 주장은 ‘국보가 위서다’라는 명확하고 뒷받침할 근거가 없이 적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남구문화원이라는 공적기관에서 발간된 책자여서 남구문화원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울산의 한 사학자는 “‘오구라 신페이’의 5가지 당부에 대해 출처나 문헌의 근거도 밝히지 않는 주장을 개인 문집도 아니고 시와 구의 재정 지원을 받는 기관에서 발행하는 책에 적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울산의 한 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도 “훈민정음 해례본 첫머리 두 장이 찢겨 소실된 것은 맞으나 전체가 위서다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위서라는 주장은) 여증동 교수의 책을 보고 썼으며, 1999년 KBS 역사 스페셜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나왔다”고 밝혔다.

남구문화원은 이에 대해 “민감한 내용이어서 저자와 상의했으나 입장이 완고했다”며 “다만 책자 첫머리 일러두기에 ‘필자 개인의 생각과 주관적인 내용 포함돼 있으므로 울산남구문화원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고 해명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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