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8)]춘분에 피는 버들강아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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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8)]춘분에 피는 버들강아지 꽃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4.03.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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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내일은 춘분(春分)이다. 남반구이든 북반구이든 똑같은 햇빛을 받고, 낮과 밤의 길이도 똑같다. 이 날을 기해 겨울 기운은 점점 사라지고 봄·여름 기운이 몰려온다.


…겨울을 밀어내며 봄을 쟁취하려/ 맨 앞에서 싸우느라/ 거칠어진 손으로 나뭇가지의 눈을 털고/ 빛의 화살을 던져 얼음을 녹인다// 겨울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얼어붙은 뿌리에 부활의 물을 뿌리고/ 찬바람 흙먼지 마시며 2월의 벽을 흔들어/ 새싹이 돋고/ 투박한 3월이 제 몸을 부수어 만든 길에/ 4월과 5월이 저만치 따라오며…

‘3월’ 일부분(최영미)

춘분 즈음에는 버들강아지(버들개지·사진)에 꽃이 핀다. 2월께 강아지 꼬리같은 버들개지가 모습을 드러낸 뒤 3월 중순 쯤이 되면 솜털끝에 꽃이 피고 시간이 지나면 눈처럼 흩날리며 산천을 뒤덮는다.

매화, 진달래, 벚꽃 등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나면서 버들개지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듯하지만 그 나름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버들개지는 버드나무과의 키 낮은 관목으로, 정식 명칭은 갯버들이다. ‘갯’은 개울을 의미한다.

살랑살랑 흔드는 강아지 꼬리 같다고 해서 버들강아지라고도 부른다. 버들강아지를 손바닥에 올리고 ‘이리 오라’고 손바닥을 가볍게 치면 실제 손목 쪽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어릴 적 버들강아지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일본에서는 버들강아지를 고양이버들(猫柳, 네코야나기)이라고 한다. 우리가 강아지 꼬리를 떠올렸다면, 일본인은 고양이 꼬리를 떠올린 것이다. 지난 2018년 서울도서관 외벽 꿈새김판에는 봄을 맞이하는 글귀 하나가 붙었다.

‘버들강아지 반가워 꼬리 흔든다. 봄이 왔나 보다’


3월 중순이면 버들강아지는 머리가 붉은 수술들이 나와 노란 꽃가루를 터트린다. 하얀 솜털 위에 노랗고 빨간 꽃술이 봄볕에 빛난다. 그러다 솜털은 바람을 타고 흩어져 마치 눈이 날리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옛사람들은 이것을 유서(柳絮), 양화(楊花), 유화(柳花)라고 했다. 유서는 ‘버들 솜’이라는 뜻이며 유화는 ‘버들 꽃’이라는 뜻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 이식(李植)은 열 살 때 ‘유서(柳絮)’라는 시를 읊었다.

바람 따라 눈처럼 가볍게 휘날리고(隨風輕似雪)/ 땅에 닿으면 솜보다 더 부드럽구나(着地軟於綿)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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