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우보 배성근 서예가 ‘독만권서 행만리로’展 가보니...금니먹물로 한자 한자…작가 진정성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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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우보 배성근 서예가 ‘독만권서 행만리로’展 가보니...금니먹물로 한자 한자…작가 진정성 느껴져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4.03.29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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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조선시대 스님들의 선시를 14폭 병풍에 담은 작품 앞에서 배성근 서예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성근 서예가의 ‘독만권서 행만리로’.
“이번 개인전은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 스님들의 선시(禪詩)를 병풍에 담았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25일부터 울산 남구 옥동 갤러리한빛에서는 원로 서예가 우보(牛步) 배성근 작가의 11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독만권서 행만리로’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개인전을 찾았다.

전시회장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 스님들의 선시를 14폭 병풍에 담은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흑지에 금니(물풀에 개어 만든 금박 가루) 먹물로 한자 한자 써내려간 작품에서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글을 한자 한자 읽어내려가며 내포된 뜻과 깊이를 헤아렸다.

그 옆으로는 광개토대왕비문을 14폭 병풍에 담은 작품과 관련 신문들이 보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14폭 병풍 2점을 포함해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하라’는 동기창의 ‘독만권서 행만리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뜻의 ‘산시산 수시수’ ‘물이 너무 맑아도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펴도 친구가 없다’는 의미를 담은 ‘수지청즉무어 인지찰즉무도’ 등 다양한 크기의 25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배성근 작가가 새롭게 작업한 작품들이다.

배 작가는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 스님들의 선시를 14폭 병풍에 담은 작품의 경우 글자 수만 해도 1만4000자 정도 되기에 작업하는데 1년 가까이 걸린다”며 “작품에 깊이가 있어야 관람객들의 눈길과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관람객은 “서예는 수행의 작업으로 생각한다. 울산에서 이렇게 수준 높은 서예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서예를 시작한지 50여년이 된 배성근 작가는 서예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배 작가는 “서예란 좋은 시를 한 수씩 쓰면서 마음을 달래고 수양하는 자리다. 때로는 정적인 것으로 나의 마음에 집중하는게 필요하다. 좋은 글귀와 책을 읽으면 더위와 추위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는 아들이 살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배 서예가는 “다음 전시회 때는 주묵(붉은 먹)을 이용해 노자의 ‘도덕경’(5400자)을 예서체로 쓸 예정이다. ‘금강경’(5400자)도 준비하고 있다”며 “전시회를 많이 열어야 붓으로 글을 쓰는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붓으로 글을 쓴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좋은 명작을 남기는게 목표다. 눈 감을때까지 붓으로 글을 쓰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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