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시인이자 다도가로 활동중인 최덕중(사진) 씨가 <초암다도의 창시자 설잠선사>(222쪽, 민속원) 책을 출간했다.
울산에서 일본에 ‘초암다도’를 전파했다고 알려진 ‘설잠선사(雪岑禪師)’에 대해 상세히 기록한 책이다.
‘설잠선사’라고 말하면 낯설게 들리나 속명인 ‘김시습’이나 ‘방랑시인 김삿갓’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 정도로, ‘설잠’은 김시습이 출가한 뒤 법명이다. ‘설잠’은 조선의 다도를 개척한 인물로 전해진다. 이에 책에서는 그를 ‘설잠선사’라고 부른다.
저자는 “무창산 스님께서 남장사 주지로 계실 때에 대웅전 천정에서 목함이 나왔는데 그 안에 ‘설잠요감(雪岑了勘)’이란 유고집이 발견된 후 설잠선사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 50년의 세월이 되어 마침내 이 저서가 출간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안에는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 많아 설잠선사의 생애를 복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천하를 주유(周遊, 두루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며 놂) 하는 동안 가장 오랫동안 석장(승려가 짚고 다니는 지팡이)을 둔 곳이 경주의 금오산이며 이 곳에서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짓기도 했다. 그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전국의 절과 암자를 찾아 도반들과 제자들과 일본 승려들과 교유하며 시를 지으며 나름의 다도를 널리 알렸다. 그의 다도는 일본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새로이 밝히게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이 책은 ‘다도와 초암다옥’ ‘다완’ ‘찻상과 다탁’ ‘차를 달이는 법’ ‘선승의 생애와 다도생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씨는 책의 서문을 통해 “선조들이 남기신 문화유산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면서 “선사께서 남기신 문화유산을 찾아 세상에 알리는데 임해 한없는 기쁨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최씨는 울산 울주군 언양읍 평리에 차실을 꾸리고 다완(茶碗, 차를 담는 도자기) 제작을 위한 가마까지 두고 있다. 최씨는 집안 계보를 이어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다도를 접하게 됐고, 수십 년 전부터 각종 문헌을 파헤치며 다도 역사에 관해 깊이 연구해왔다.
그는 앞서 지난해 3월 ‘설잠선사’에 관한 책 <천지에 다도를 전파한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선각자 설잠선사>를 펴낸 바 있다.
남장사·희방사 주지를 지낸 최덕중 다도가는 설잠선사 초암다도회 무문관 대종장 겸 울주대운문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