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해녀보다 깊고 오래 잠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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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해녀보다 깊고 오래 잠수 가능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4.04.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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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수투구(지름36.5cm높이42cm).
▲ 잠수복(폭140cm길이210cm)
머구리는 잠수부를 뜻하는 것으로 ‘잠수’의 뜻을 가진 명사 일본어 모구리(もぐり)에서 유래되었는데, 일제강점기 시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개구리의 방언인 ‘머구리’로 변해 불려졌다. 이와 더불어, 제주에서는 잠수를 전업으로 하는 여성을 해녀, 남성 잠수부를 머구리로 불렀다.

해녀는 무호흡 잠수로 바다 속의 해산물을 채취하지만, 머구리 잠수복을 입은 잠수부는 긴 공기호스를 연결해 작업하기 때문에 무호흡 잠수를 하는 해녀보다 더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잠수 작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머구리 잠수부는 해녀가 접근하지 못하는 깊은 곳의 해산물을 채취하거나, 배의 아랫부분을 수리하는 등의 일을 하기도 한다.

2009년 정진일씨(당시 56세, 서생면 진하리 거주)가 잠수복, 잠수 투구, 잠수 신발 등 머구리 잠수복 일괄 총 8점을 기증했다. 정진일씨는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에서 42년 동안 배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울산 바다 사나이였다. 1994년 북구 정자 옆 우각포에 기계를 고치러 갔다가 머구리 잠수복의 원 소장자를 만났다고 한다. 원 소장자의 나이는 70세가 넘어 머구리 잠수복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보았는데, 1988년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는 사용하지 않아 창고 구석에 보관하고 있었던 상태여서 사용하지 않는 잠수복을 그대로 놔두면 망가질 것이 염려되어 적당한 가격을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이대로 없어지면 울산의 바다 사나이의 이야기가 사라질 것 같아서 어떻게든 보존하고 싶었다고.

머구리 잠수부는 35~45m까지 내려가서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머구리 잠수 어업은 4가구 정도가 선주, 잠수부, 기계 조작 등으로 한 팀으로 구성되어 작업했다고 한다.

잠수부로 일하는 사람은 무거운 복장으로 깊은 바다 속까지 내려와 작업하기 때문에 높은 수압 등으로 인해 혈액순환에 문제가 많아서 일이 끝나면 따뜻한 물에 찜질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계고장이나 관리 부주의로 산소가 투입되지 않거나, 물 위로 떠오르지 않을 경우가 있는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잠수 어업은 당시 자연산 전복 같은 해산물을 채취하는 고수입의 일로, 일주일간 일을 하면 한 달 정도는 먹고 살았다고 한다.

기증자는 머구리 잠수복은 울산 바다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는 물건이라서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잘 말리고, 기름칠을 해서 보관했으며, 울산의 바다 사냥꾼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울산박물관으로 기증했다.

이희진 울산박물관 유물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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