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물가 고공행진 속 대형마트·시장 나가보니...할인 찾아 발품…가공식품 사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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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물가 고공행진 속 대형마트·시장 나가보니...할인 찾아 발품…가공식품 사재기도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4.04.16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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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분기 다소비 가공식품 32개 품목 중 25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 동기보다 평균 6.1% 상승한데다 국제 유가 상승까지 예고되는 등 물가 고공행진 속에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울산 남구 수암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물가가 올라도 너무 많이 올라 장보기가 너무 겁나요. 조금이라도 저렴한 물건을 찾으러 여기저기 발품 팔아 다닙니다.”

최근 신선식품에다 가공식품, 유가까지 물가가 전방위로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급등한 물가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은 할인이나 온누리상품권 환급 등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먼 곳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장보기에 나선다.

15일 찾은 울산 남구의 한 대형마트. 입구부터 가판대 곳곳에 커다란 할인 행사 표시가 눈에 띄었다. 한때 물가 상승의 대표 주자로 꼽히던 사과는 ‘물가안정사과’라는 이름으로 8개 5300원에 판매됐다. 이 외에도 제철 산나물, 광어회, 미국산 소고기 등 다양한 품목이 할인 판매 중이었지만, 매대를 지나는 사람들은 선뜻 물건을 집어 들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커다란 행사 팻말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도 가격표를 살피고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축산물 매대 앞은 ‘미국산 소고기 40% 할인’이라고 붙은 요란한 할인 광고가 민망할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이날 마트를 찾은 홍모씨(72)는 “식용유 가격이 부쩍 오른 것 같다”며 “필수 식재료 중 하나인데 값이 비싸 철 지난 식용유 선물세트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상치 않은 물가 오름세 탓에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가공식품을 넉넉히 구입해 두려는 소비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동생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이모씨(30)는 “소금이나 설탕 같은 조미료는 자주 사지 않는 물건인데 앞으로 더 오른다는 말이 있어 미리 넉넉하게 구비해두려고 한다”며 “소포장인 150g을 사려다가 가장 큰 3㎏ 짜리를 골랐다”고 씁쓸해 했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신선식품을 찾아 소매점 대신 도매시장을 찾은 일반 소비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채소, 과일 등 점포별로 판매 가격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은 단돈 1000원이라도 저렴한 물건을 찾아 시장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딸과 함께 도매시장을 찾은 주부 이모씨(53)는 “뉴스를 볼 때마다 물건값 올랐다는 말 밖에 안 나와 답답하다”면서 “그나마 몇천원이라도 도매시장이 더 저렴하게 느껴져 귀찮아도 꼭 찾고 있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에 치명타를 입은 것은 일반 소비자들만이 아니다.

남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나물 같은 간단히 데쳐 낼 수 있는 조리가 쉬운 반찬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며 “사실 채소나 고깃값도 값이지만 메뉴를 바꾸더라도 꾸준히 구매해야 하는 소금, 설탕 등 조미료 가격이 오르는 게 더 치명적이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다소비 가공식품 32개 품목 중 25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6.1% 상승했다.

특히 식용유는 지난해 1분기 평균 643.3원에서 올해 1분기 963.7원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정 내 필수 식재료인 설탕과 된장도 각각 27.7%, 17.4% 올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이외에 카레(16.3%), 우유(13.2%), 맛살(12.3%), 커피믹스(11.6%) 등이 상승률 순위에 올라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원재료 공급 감소도 물가 상승에 한몫했다. 런던국제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 코코아 원자재 가격은 2984달러에서 1만836달러까지 상승했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들어가는 로부스타 커피 역시 2401달러에서 3948달러로 값이 올랐고 가공식품에 많이 쓰이는 팜유도 마찬가지로 지난해보다 577달러 오른 4279달러에 값이 형성됐다.

이와 같은 원자잿값 상승에 외식업체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우후죽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은 이날 2년 만에 주요 메뉴 9종 가격을 190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고, 버거 프랜차이즈인 파파이스 코리아도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4%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일부 유통업체는 다음달 멤버십 월 회비 인상을 예고했다. 이에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 유가 상승이 예상돼 시민들의 물가 불안은 가중될 전망이다. 김은정 수습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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