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버린 낚싯줄에 ‘싹둑’ 잘린 비둘기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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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버린 낚싯줄에 ‘싹둑’ 잘린 비둘기 발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4.04.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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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동구 슬도방파제에서 서식하고 있는 비둘기들이 버려진 낚시줄에 의해 발이 잘리고(사진 위) 다리에 낚시줄이 감긴 채 힘겨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봄철을 맞아 바다낚시객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버리고 간 낚싯줄이나 낚싯바늘에 해양 조류들이 엉켜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관련 규제가 미비해 적극적인 제재가 어려운 실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찾은 울산 동구 방어진 슬도 일원. 낚시 동호인들 사이에서 명소로 알려진 이곳은 이날도 방파제나 나무데크 할 것 없이 20여명이 줄지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끊어진 낚싯줄이나 낚싯바늘, 떡밥 등을 가져온 가방에 직접 챙겨가는 양심적인 낚시객이 있는 반면, 바닷속이나 주변에 슬쩍 버리는 얌체 낚시객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이 버린 낚싯줄 등으로 슬도 일원 해양 조류들은 다리에 낚싯줄을 감고 있거나, 심지어 발이 잘린 조류도 있었다. 방파제 위에서 그대로 폐사한 비둘기들도 목격됐다.

일반적으로 구조된 해양 생물 중 44%는 치료가 불가능해서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승민 짹짹휴게소 대표는 “다리 잘린 비둘기는 기대수명이 1~2개월로 대폭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해양성 조류가 바늘을 삼키거나 몸에 줄이 걸리는 경우 매우 치명적”이라며 “낚시도 개인의 자유이지만, 적어도 본인이 사용한 쓰레기들은 가지고 가는 문화가 정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행 낚시 관련 법률에서는 유해물질 등이 포함된 낚시 도구는 규제하고 있으나, 낚시 과정에서 버려지는 도구에 규정은 없어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 지난해 낚시 쓰레기가 어떤 요인에서 발생하고, 환경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관계를 파악한 결과,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 전략은 ‘낚시 면허허가제 도입’이었고 2위로는 홍보, 되가져오기 및 단속 강화 등이 꼽혔다. 오션 관계자는 “해양 쓰레기 실태 조사 결과 낚싯줄과 낚싯바늘 등이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생활쓰레기보다 더 많은 수준”이라며 “낚시용품 부담금 부과, 유실방지 교육, 주변 쓰레기통 설치 등을 추진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오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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