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찾은 울산의 한 대형마트에는 최근 수산물 매대 곳곳에 부쩍 빈 곳이 늘었다. 시민들은 직원의 권유에 잠깐 매대 앞에 멈춰 섰다가도 높은 가격을 보고서는 다시 지나쳐갔다.
제철을 맞은 울산 명물 참가자미도 이날 마트엔 매대에 나와 있는 6마리가 전부였다. 국산 수산물이 떠난 자리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조기가 채웠다.
수산물 매장 직원 A씨는 “되도록 국산만 취급하려다 보니 매대에 빈 곳이 많다. 물량이 많이 들어올 때는 진열할 곳 없이 가득 차 있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생선이 잘 나오지도 않고 가격이 높다 보니 팔리지도 않아서 매일 들어오는 물량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울산 사람들에겐 참가자미로 더 익숙한 용가자미는 울산 동구 방어진에서만 전국 총생산량의 60~70%가 잡힌다. 올해 초 잦은 폭우로 어민들의 조업 활동 횟수가 줄어들며 소매가격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조업환경이 안정돼 수확량이 늘어나긴 했지만 지난해에 비해선 여전히 충분치 않은 데다 어획량도 크게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어민들과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울산수협 방어진지점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25일까지 울산지역 가자미 어획량을 분석한 결과 1300t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00t 대비 31.5% 감소했다.
울산 앞바다에서 가자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잡히는 생선인 아귀도 2021년 2840t에서 2022년 1940t, 지난해 1430t으로 꾸준히 물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울산지역 수산물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원인으로 기상악화와 수온 상승, 줄어든 생물 자원 감소 등을 꼽았다.
울산수협 방어진지점 관계자는 “최근 1년간 비가 안 와야 할 시기에도 일주일 내내 비가 오는 등 기상 환경이 좋지 않아 전년 대비 풍랑주의보 발령이 잦았다”며 “기상악화로 어민들이 바다에 나가질 못하니 가자미는 물론이고 그물에 함께 잡혀 오는 다른 품목 생산량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수온 상승도 물량 감소와 수산물 품질 저하에 영향을 줬다.
울산 동구의 어촌계 관계자는 “수온이 오르면서 차가운 물에 사는 가자미는 물론이고 대게나 그 외 수산물들의 크기도 전반적으로 작아져 전과 같이 판매할 만한 물건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또 한편에서는 정책적 제재가 없어 지금껏 진행돼 온 무분별한 포획에 의한 생물 자원 감소를 원인으로 꼬집기도 했다.
울산수협 관계자는 “최근 가자미와 아귀의 수급량이 체감상 10분의1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며 “가자미는 금어기가 없어 1년 내 포획이 가능한 어종이다. 그물을 뚫어 새끼를 풀어주는 등의 제재가 없으면 우리 다음 세대부터는 울산 앞바다에서 가자미를 보기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가자미를 포함한 울산 바다 수산물 공급 감소로 경매가도 상승했다. 지난해 용가자미는 ㎏당 평균 2990원선에 판매됐지만, 올해는 물량이 줄어 ㎏당 3326원으로 값이 올랐다. 아귀 역시 전년에 비해 ㎏당 280원 오른 2578원에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구 울산수협 중도매인협의회장은 “울산 앞바다 수산물의 개체수 보존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매년 정도는 다르긴 하지만 꾸준히 물량이 감소해오고 있는만큼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수습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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