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삼청교육대 피해자 첫 국가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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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삼청교육대 피해자 첫 국가배상 판결
  • 박재권 기자
  • 승인 2024.05.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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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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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도 1980년대 초 삼청교육대에 수용됐던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이 삼청교육대 관련 국가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울산지법은 A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1억49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는 8490여만원, B씨에게 1000만원, C씨와 D씨에게는 각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피고인 중 한 명의 자녀인 E씨에 대해서는 구금됐다가 석방된 후 5년 이상 경과한 후에 출생한 자녀이기 때문에 기각했다.

A씨 등은 1980년대 초 경찰에 불법 구금됐다가 삼청교육대로 인계돼 강제로 순화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이후 근로봉사대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보호감호소에 수용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삼청교육대의 설치 근거였던 계엄 포고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영장 없이 체포·구금돼 신체 자유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공권력을 남용한 직무상 불법 행위로 이들과 그 가족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명백하다”고 봤다. 이어 “공무원들이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한 경우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을 필요성도 위자료 산정의 참작 사유로 고려했다”고 판단했다.

국가는 소멸 시효가 끝나 A씨 등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불법 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인 장기 소멸 시효는 물론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인 단기 소멸 시효도 완성됐다는 것이다.

A씨 등이 계엄 포고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 비로소 자신들의 손해를 인지했다고 해도,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 소송을 냈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국가 측은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등에 대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지난 2023년 2월7일 이뤄졌다”며 “이들은 진실규명 결정 통지를 받고서야 국가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와 가해자를 명백히 인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봤을 때 최초의 사례는 아니지만, 배상 금액을 떠나서 국가를 상대로 자신들의 명예 회복을 이뤘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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