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만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를 두 번 보았다. 후반부엔 오컬트(악령, 귀신을 물리치는 내용)영화라서 그런지 우리나라 혼령과 일본 精靈(산천초목과 무생물에 깃들어 있다는 영혼)들이 설쳐대서 한 번 보고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영화 ‘파묘’는 할아버지 사후 증손자까지 첨단의학으로 치유 될 수 없는 병이 되 물림 되자, 미국 LA 거주 장손은 조상 묫자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 유명한 무당의 조언에 할아버지 묘를 파묘하면서 생각지 못한 제 2, 3의 일들이 벌어진다.
무속인(무당 이하림, 법사 봉길), 풍수사(김상덕), 장의사(고영근) 등이 묘주 장손과 함께 해당 묘를 찾아갔다. 꼬불꼬불한 임도를 따라 정상 부근에 있는 조부의 묘에 닿으니 주변에는 여우들이 득실거렸고 음산했다. 풍수사가 묘 주위를 살펴보더니 묘비에는 이름도 성도 없고 위도 경도만 새겨져 있다며 이곳은 사람이 누워있을 곳이 아닌 악지 중 악지라 한다. 장손은 악지라는 말에 관까지 통째로 화장해 줄 것을 요구한다. 풍수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묘를 건드린 분 까지 다칠 수 있다고 강하게 거부하지만 무당의 강한 설득과 거액의 사례금에 대살 굿(짐승을 재물로 바치는 굿)과 함께 묘를 파헤친다.
아니나 다를까 파묘를 하자 풍수사 예감대로 동티(땅을 팠을 때 일어나는 재앙)가 난 것 인지 알 수 없는 공포감들이 밀려온다. 관을 자세히 살펴보니 묘주 장손의 조부는 일제강점기 때 고관대작을 지낸 친일파였고, 묫자리 알선자는 ‘기순애’ 스님이라지만 진짜 정체는 일본인 음양사(풍수사) ‘무라야마 준지’(1891~1968)라는 조선의 풍수를 잘 아는 일본사람이었음을 인근 보국사 주지로부터 알게 된다.
무라야마 준지는 호랑이 형상을 닮은 한반도의 맥을 꺾고자 쇠말뚝을 박을 때 주술행위를 하는 실존인물 이었다. 조부의 관을 꺼내자 땅에서 머리는 여자 몸은 뱀으로 요상한 일본요괴 ‘누레온나’ 가 나왔다. 인부가 삽으로 바로 죽이자 뱀은 이상한 사람 흉내를 내며 주위에 바람이 일고 비가 쏟아진다. 풍수사는 비오는 날은 화장을 안 한다며, 관을 인근 공설화장장에 안치했는데 화장장 직원은 금은 보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관 뚜껑을 열었다. 여는 순간 장손은 조부 빙의가 되어 조선총독부를 향해 일본제국주의에 충성 다짐을 하고, 또 빙의는 미국 LA까지 가서 가족들까지도 헤치고 다녔다. 그리고 무속인 법사도 이상한 행동을 하는 등 소동을 벌인다. 장의사는 장손 고모의 허락을 받아 서둘러 관 통째로 화장을 했더니 빙의가 사라졌는지 잠잠해졌다. 이로써 마무리 되는 듯 했는데, 파묘 시 뱀을 죽인 인부가 밤마다 요괴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풍수사는 그 뱀의 혼을 달래기 위해 파묘 터에 다시 간다. 그때 파묘 바로 아래 세로로 세워진 또 다른 하나의 관(첩장)을 발견한다. 그 첩장의 정체는 무라야마 준지의 주술로 400년 전 일본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죽은 일본 장수 사무라이 오니(설화 속 일본요괴)의 관이었고, 세로로 세워진 그 관 자체가 쇠말뚝 이었다는 것을 풍수사는 알아차린다.
일본 제국주의는 한반도의 맥을 끊으려 첩장을 썼고, 그 위에 친일파 묘로 위장을 했다는 것이다. 풍수사는 일제의 조직적 음모에 격분하자 첩장 관을 꺼내 다음날 화장하려고 인근 보국사에 잠시 안치해 놓았는데 축시(새벽 1시~3시)가 되자 관에서 ‘오니’가 나오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오니 도깨비가 불이 되어 온 천지로 날아다니며 사람 간과 인근 농장 돼지 간을 빼 먹는 등 사람들을 헤치고 다녔다. 무당은 사무라이가 은어를 즐겨먹었다는 것을 알고 은어를 미끼로 오니(일본 설화속의 요괴)를 유인한다. 오니는 괴상한 소리를 지르고 은어를 먹고 있는데. 그때 새벽녘 저 멀리 닭 울음소리에 놀란 오니는 온몸이 불에 싸여 하늘로 솟구치면서 요괴는 사라진다. 내 조국! 우리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땅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애국심이 ‘파묘’가 던지는 항일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강걸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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