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채무 상환 능력이 낮은 중소기업의 빚이 더 늘고, 연체율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2월 울산지역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29%·0.3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0.1%p·0.13%p 올랐다.
울산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7월 0.43% 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0.3%대를 이어오다 12월 들어 0.24%로 하락했지만, 올들어 지속 오름세다.
특히 울산은 중소기업 대출 규모도 증가했다. 울산의 예금은행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2월 19조272억원서 올해 2월 말 기준 20조117억원으로 1년새 9845억원(5.17%) 늘었다.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대신 시중은행의 저축성예금을 해약해 대출을 상환하는 등 이자 부담을 낮추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 잔액 가운데 10억원 초과 계좌의 총 예금은 771조7490억원으로 2022년 말(796조3480억)보다 24조5990억원(3.1%) 줄었다.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 잔액은 2019년 하반기 600조원, 2021년 상반기 700조원을 차례로 넘기며 증가세를 이어왔으나 800조원을 목전에 두고 주저앉았다. 기업 등 정기예금 잔액 감소가 전체 예금액 감소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자본금과 매출 규모가 적고 채무 상환능력도 낮은 영세 중소기업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커졌다.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내는 악순환마저 생겨나고 있다.
지역 금융업계 관계자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누적 연체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고물가까지 장기화한다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더 가파르게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금리로 인한 울산지역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경기전망 조사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15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올해 대내외 리스크로 ‘고원자재가·고유가’와 ‘고금리 등 자금조달부담’을 가장 많이 꼽았다.
울산중소기업협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울산지역 경기 안 좋은 데다 자금난에 시달려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이 많다”며 “영세 업체일수록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등 사정이 열악하고 정책자금도 규모가 기대보다 작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