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 기살리기 프로젝트]폐배터리 분쇄가루에서 이차전지 소재 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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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기업 기살리기 프로젝트]폐배터리 분쇄가루에서 이차전지 소재 캐낸다
  • 서정혜 기자
  • 승인 2024.05.22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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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즈마 전기로에서 생산된 탄산리튬, 리튬분진, 니켈코발트 합금 필름(왼쪽부터). 김경우기자

최근 전기차 시장이 케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전동화는 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이 때문에 노트북, 휴대전화 등 각종 폐전자기기에서 쏟아지는 폐배터리를 활용한 재활용 시장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나는 배터리 생산량에 맞춰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유가금속이 필요한데 기존 광산 개발을 통한 채굴에는 한계가 있어 사용 후 폐배터리를 활용한 소재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리튬과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 백금족 등을 핵심 광물로 지정해 확보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에서 지역 제련기업 출신의 베이비부머가 퇴직 후 이차전지 분야 소재기업을 창업해 눈길을 끈다.

울산 울주군 삼남읍 가천리 하이테크밸리일반산업단지 인근에 이차전지 소재기업 ‘엘엔피리사이클링’(LNP Recycling)이 있다. LSMnM을 퇴직한 김경수(사진) 대표와 이정주 CTO가 경험과 노하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합심해 지난해 창업한 곳으로 폐배터리를 제련해 리튬, 니켈 등 유가금속을 만든다. 비교적 저렴한 폐배터리 분쇄가루(블랙 파우더)를 수입해 제련을 거쳐 고부가가치 유가금속을 얻어낸다.

폐배터리는 사용 후 재처리 없이 매립하면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수명을 다한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재활용은 각종 전자제품과 전기차에서 잔존수명을 다한 배터리를 수거해 코발트와 니켈, 리튬 등 핵심 원재료를 회수하고 새 배터리 제작 원료로 활용하게 된다.

▲ LSMnM을 퇴직한 김경수(사진) 대표
▲ LSMnM을 퇴직한 김경수(사진) 대표

엘엔피리사이클링은 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울산에서 드물게 ‘습식제련’이 아닌 ‘건식제련’을 한다. 블랙 파우더뿐만 아니라 니켈 제련소 부산물을 제련해 녹여 유가금속을 얻어낸다.

습식제련은 배터리별 성분 구성에 따라 제련을 위한 조건을 맞춰야 하고, 황산이나 질산에 녹이는 과정을 거쳐야 해 폐수 발생 등 환경오염 피해가 크다. 반면 건식제련은 1700℃의 고열로 블랙 파우더를 녹여 유가금속을 얻어낼 수 있고 습식제련 대비 회수율도 높다. 또 건식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 형태의 폐기물은 필터를 통해 걸러내 환경오염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특히 엘엔피리사이클링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여타 기업과 달리 전기로를 이용해 더욱 고순도의 제품을 제련할 수 있다. 또 건식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탄산리튬 생산에 활용한다.

엘엔피리사이클링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배터리 핵심광물을 추출·가공하도록 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고려해 미국에서 블랙 파우더를 수입해 활용 중으로 향후 양산에서도 미국산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건식제련을 위한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시제품 생산도 마쳤다. 엔젤투자를 유치했고, IR(기업 설명회)도 준비 중이다. 국내 소재기업과 투자 유치를 타진 중으로 내년 온산공단에 1만5000여㎡ 규모 공장을 설립해 양산한다는 목표다.

김경수 대표는 “향후 수요기업과 생산 스펙을 맞춰 공정 프로세스를 꾸릴 계획이다”며 “내년 국내 양산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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