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소설 ‘덕혜옹주’의 저자이자 울산과도 인연이 깊은 권비영 작가가 50년 전, 울산 울주군 소호리의 숲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소호리 산192>(새라의숲, 320쪽)를 출간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호리 산192>는 50년의 시간, 숲이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독산림사업의 첫 삽이 땅에 놓였을 때, 소호리는 그저 민둥산이었다. 사람들은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솜털 같은 아기나무들은 그들에게 꿈이었고, 미래였다. 자식을 키우듯 나무를 심고, 나무가 자랄 때마다, 사람들은 더 나은 내일을 꿈꿨다.

황량했던 산자락에 사람들이 심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나무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일이었다. 숲을 가꾸며 사람들은 희망을 키웠고, 나무가 자라며 그들 또한 나무처럼 자라났다. 50년을 살아온 나무들은 거대한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을 품어주고, 수많은 생명을 키우며 자연의 어머니로 나이 먹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간다.
책은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숲이 품은 생명들처럼 달복달복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 각자의 이유로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숲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이야기.
그들의 삶은 참나무숲과 함께 변해갔고, 숲은 그들의 삶의 중심이 됐다. 그래서 ‘소호리 산192’는 단순히 사람과 자연의 공존만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참나무 한 그루가 자라기까지의 시간, 그 시간 속에 담긴 사람들의 노력과 희망, 그리고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각자의 이유로 떠났지만, 결국 어떤 형태로든 그리움에 이끌려 돌아온다.
그들이 다시 모인 소호리에서 참나무숲은 단순한 나무의 집합이 아니라, 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숲은 그들에게 아늑한 쉼터가 되어주고, 그들은 숲을 통해 다시금 삶의 의미를 알아간다.
경북 안동 출신의 권비영 작가는 1995년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한 뒤 2005년 첫 창작집 <그 겨울의 우화> 이후 2009년 세상에 내놓은 장편소설 <덕혜옹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어 <은주> <몽화> <달의 행로> <엄니> <택배로 부탁해요> <벨롱장에서 만난 사람> <잃어버린 집> <란사 이야기>를 펴냈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와 울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