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수군 진성…주차장 등 편의시설 없어
지난 21일 찾은 울산 남구 성암동 81 일원 개운포 성지. 입구 쪽의 대형 입간판이 설치돼 있으나 일부가 나무에 가려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잘 안 보였고, 별다른 안내표지판 등이 없어 이 곳이 개운포 성지인지 알기 힘들었다. 취재진도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을 지나쳐서 두 번의 유턴 등 약 1㎞를 더 가고 나서야 개운포 성지에 도착했다.
주위에 석유화학단지와 용연공업단지, 신일반산업단지 등 산업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이 곳은 10여년 전 복원된 성곽과 성곽 앞에 설치된 안내판을 보고 나서야 이 곳이 개운포 성지임을 알 수 있었다.
개운포 성지는 조선 전기에 축조한, 경상 좌수영 소속 수군 진성(鎭城)이다. 해발 60m 정도의 구릉지대와 외황강과 접해 있는 저지대에 축조된 평산성으로, 성내 골짜기를 두고 있는 둘레 1264m의 포곡식 석축성이다. 개운포 성지에 대한 수차례의 시·발굴 조사에서 추정 객사터와 북문지와 동문지에서 옹성문(성문을 밖으로 둘러막은 옹성에 딸린 문)이 확인됐다. 또 성벽과 치성, 해자, 수구, 선소 등의 성곽 부속 시설도 확인돼 조선시대 수군 진성 축조 수법의 변화 과정을 잘 보여 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1997년 10월에 울산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6호로 지정됐다.
장성운 울주문화원 이사는 “개운포 성지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까지 수군 통제사가 있었던 국방의 요새였고, 임란시에는 3차례의 전투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며 “공단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위 경관이 아름답고 각종 수목이 많아 옛성만 제대로 복원만 되면 더없이 좋은 관광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가사적 지정 앞둬…대대적 정비 필요성
하지만 개운포 성지는 이 같은 역사적 가치와 시지정 문화재임에도 불구, 주차장은 물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없다. 안내판도 곳곳에 새 배설물이 묻은 채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듯 했다. 입간판도 정식 명칭인 개운포 좌수영성이 아닌 여전히 ‘개운포 성지’로 돼 있다.
무엇보다 석유화학단지 등 공단과 함께 폐기물 소각장에 둘러싸여 이 곳을 찾게 되면 공해와 악취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또한 인근에는 송전탑이 지나고 있어 시민들도 이 곳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개운포 성지가 국가문화유산(사적)으로 승격 지정을 눈 앞에 두고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조사와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 개운포 경상좌수영성’의 사적 지정의 건이 지난 5월초 국가유산청 문화재위원회의 타당성 심의를 통과해 주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르면 7월께 지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장은 “성내 구조에 대한 매장문화재 등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며, 남쪽 성벽 안에 선수마을 전선소 자리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문화재 부지 내 사유지 매입 계획 수립과 개운포 좌수영 이설 시기 논란도 매듭 지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구 관계자는 “개운포 좌수영성 내 보호구역 범위를 확대하고, 연차별로 건물지 등 추가 발굴조사를 실시해 조선전기 수영성의 관아 규모 및 배치를 규명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며 “또한 성벽 정비사업은 3개 구역으로 구분해 실시하고, 수상 데크탐방로와 안내시설, 화장실, 벤치 등을 조성·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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