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가 ‘한글도시’를 선포한 지 3년째가 넘었지만 한글도시 타이틀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1년 한글도시계라는 조직을 신설했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 등으로 실질적인 사업 발굴이나 신규 사업 등이 전무한 실정이다.
24일 중구에 따르면, 중구는 지난 2021년 5월 전국 최초로 ‘한글도시 중구’를 선포했다. 이어 한글사랑 추진 기본계획에 따라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을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지난 2022년까지 한글도시 사업 발굴·추진을 위한 보고회를 진행했고, 한글 교육, 한글 정신 계승 사업, 문예교육과 아름다운 한글 이름 가지기, 전국 순우리말 이름 뽐내기 등 사업을 추진했다.
중구는 ‘한글도시 울산 중구 만들기’라는 주제로 각 부서와 한글과 연계된 사업을 모아 추진 가능성 등도 검토했다. 한글사랑추진위원회도 구성해 한글도시의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한글 관련 사업이 주춤하고 있다. 앞서 진행된 연구용역 후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을 위한 검토 과정에서 한글도시 사업을 하는 지자체가 세종, 여주 등으로 중복된다는 의견을 받은 것이다.
이에 중구는 태화역사문화특구로 방향을 변경하고 한글역사문화특구 사업은 태화특구에 포함해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의 태화역사문화특구로 지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글 사업 발굴 등에 공백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특구로 지정되면 별도 사업비 지원이 없이 우수 특구 선정 시에만 포상금을 받는다.
전국에 지정된 특구는 181곳인데, 매년 진행되는 운영 평가에서 우수 특구로 선정되는 곳은 9곳이 전부다. 대부분 평가는 지역 경제 활성화, 인구 유입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중구도 기존에 진행되던 문화·예술이 연계된 모든 특구 사업 중 태화강마두희 축제 등 대표 사업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규로 진행된 한글 관련 사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인력 부족 때문이다. 현재 중구의 한글 정책 담당자는 3명뿐인데, 이들이 태화문화특구 사업과 한글 사업·정책을 모두 맡고 있다. 그나마도 한글도시계가 신설된 지 3년 만인 지난 3월에 한글전문 인력으로 시간 선택제 1명이 추가로 채용됐다.
부족한 예산도 한글 사업 발굴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된다. 지난해 열린 한글 사진전 500만원이 예산에서 빠졌고 각 부서 연계 우수 한글 사업 발굴 부서 시상금 100만원만 추경에서 편성됐다.
이와 관련, 중구는 한글 문화 자원 특화 방안 마련을 위해 한글도시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하는 방향으로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중구 관계자는 “주민 한글 교육과 각 부서와 연계한 한글 사업 발굴·추진을 통해 ‘한글도시 종갓집, 울산 중구’라는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중구 특화 콘텐츠를 위해 앞선 병영 일원 발전 방안 수립 용역에 한글 관련 역사문화도시 내용도 포함해 진행하는 등 한글 사업 발굴 가능성을 여러 방향으로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