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야댐 하류 주민, 장마때마다 가슴 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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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야댐 하류 주민, 장마때마다 가슴 졸여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4.06.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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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채 양천마을 이장이 울산 회야댐 월류 관련 양천마을 피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마을이 잠긴다고 방송해서 주민들이 다 대피했습니다. 호우주의보만 내려도 조심하라고 문자가 오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조마조마하며 살아야 할지…”

25일 찾은 울산 울주군 청량읍 양천마을. 회야댐 아래 약 500m 거리에 위치한 이 마을은 4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양천마을은 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당시 쏟아진 비로 회야댐 물이 월류하면서 양동마을과 함께 침수돼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 주부터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올해 장마철은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양천마을 주민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규채 양천마을 이장은 “그때만 생각하면 악몽 같다”며 “차바 당시 양천마을 농경지 전체가 침수됐고, 아스팔트 도로부터 다리가 파손됐다. 바로 옆 양동마을에 고립된 주민을 구하려다 소방대원이 숨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태풍뿐만 아니라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오면 회야댐이 월류해 도로가 잠기는 건 일상”이라며 “호우주의보만 내려도 주의하라는 안전 문자가 오는데 그때부터 마을이 다 긴장 상태”라고 덧붙였다.

양천마을 주민들은 태풍 차바가 지나간 2년 뒤인 2018년에도 태풍 콩레이 때문에 침수돼 수해 복구 공사가 진행되는 등 댐 주변 지역 특성상 수시로 침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김모(55)씨는 “지난해에도 마을 방송이 와서 주민들이 다 대피했다”며 “회야댐에 수문이라도 설치하면 집중호우 전에 수위를 낮춰서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마을 인구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매년 건의를 해도 바뀌는 게 없어 주민들만 매년 노심초사하며 산다”고 토로했다.

울산시 식수의 약 60%를 공급하는 회야댐은 유역면적(127㎢) 대비 저수면적(2.3㎢)이 작아 호우 시 월류가 반복되고 있다. 홍수 통제 및 댐 안전성 강화를 위해 회야댐 수문 설치가 수년째 현안으로 올라오고 있지만 막대한 사업비 때문에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환경부의 ‘댐 건설 기본구상 및 타당성조사 용역’에 울산 회야댐을 포함해 달라고 지속 건의하고 있다. 오는 7월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며 “사업비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국비 지원을 받아 사업 추진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울주군은 지난 24일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 추진 사항 점검 회의를 열고 태풍·집중호우 대비에 나섰다.

울주군 관계자는 “양천마을은 인명 피해 우려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며 “호우주의보나 태풍 시 마을방송 등을 통해 주민들을 양동마을회관 등으로 이동시키는 등 주민 대피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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