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30]]4부. 아름다운 호수 (8) - 글 : 김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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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붉은 도끼[30]]4부. 아름다운 호수 (8) - 글 : 김태환
  • 이형중
  • 승인 2024.06.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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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군요.”

댐 높이까지 오르자 철망으로 만든 대문이 도로를 막고 있었다. 문 옆으로는 산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좁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작은 팻말에 태화강 백리길 탐방로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이 길로 가면 댐 끝인 유촌 마을까지 갈 수 있습니다. 거기서부터 미호천이라 부르는데 백운산의 태화강 발원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유촌 마을과 미호천이라는 말에 내 가슴이 가볍게 뛰었다. 어제 밤에 잠을 자고 온 것도 유촌 마을이었다. 취수탑이 있는 곳을 지나 멀리 호수 끝을 바라보았다. 대충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는 데 서쪽이 유촌 마을이 있는 두서면 쪽이고 오른쪽이 박제상 유적지가 있는 두동면 방향이었다. 예전에 담수를 하기 전 다녀보았던 길은 어디가 어딘지 기억해 낼 수 없었다. 백련정이 있었던 위치도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박씨에게 물어보아도 자신은 담수가 되기 전에 와본 적이 없어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런 기록들은 대곡박물관에 가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월요일이라 박물관은 문이 닫혀 있었다. 일행들은 주댐과 수문댐의 중간에 위치한 전망대에 모였다. 나무데크를 깔아놓아 12명이 널찍하게 둘러앉았다.

“어떻습니까? 아름답지요?”

“네. 너무 아름다워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가을 하늘과 새파란 물빛, 거기다 호수를 둘러싼 산에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박씨는 지금의 전망대 옆에 있는 뾰족한 봉우리 위에 전망대를 새로 세울 예정이라고 했다.

“이 골짜기의 이름이 대곡천입니다. 말 그대로 큰 계곡이란 뜻이죠. 그런데 대곡 말고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아무도 대곡천의 다른 이름을 알지 못했다. 나는 단번에 미호천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어제 잠을 잤던 유촌 마을부터는 미호천이라고 부르니 그 하류도 그렇게 불렀을 것 같았다. 내가 자신 없는 말투로 미호천이라고 답하자 박씨는 놀라는 표정이었다.

“네, 미호천입니다. 예전에 호수가 생기기 전에 지은 이름인데 어떻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천이라고 지었을까요? 신기하지 않아요? 이 미호천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세 개나 있습니다. 아래에는 사연댐이 있고 여기 대곡댐이 최근에 생기고 또 하나가 있습니다. 다들 잘 모르죠. 미호천 상류로 올라가면 백운산 아래 복안저수지라는 호수가 있습니다. 바로 미호라고도 부르죠. 거기는 우리수자원공사 관할이 아니고 농어촌 공사 관할이죠.”

시인 한 사람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왜 시민들에게 일찍 개방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자 박씨는 개방을 안 한 것이 아니고 홍보가 되지 않아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혹시나 하고 길을 잘못 들어 이곳에 찾아왔던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한 번 쓰윽 쳐다본 다음 휑하니 가버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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