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학성이씨 근재공 고택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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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학성이씨 근재공 고택 물건들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4.06.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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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오의 유기그릇
▲ 벼루
▲ 궤

학성이씨 근재공(謹齋公) 고택(古宅)에서 가전(家傳)되어 오던 250여점의 문서와 민속품을 기증하셨던 기증자가 2021년에 다양한 유물들을 한 번 더 기증해주셨다. 조선의 민요 서적과 집안에서 사용하던 유기와 궤 등으로, 고택에서 사용하던 생활용품들이었다. 기증유물 중에는 죽오(竹塢) 이근오(1760~1834)가 실제 사용했던 것으로 유추되는 유기와 벼루가 있었다.

이근오는 조선시대 울산 최초의 문과 급제자로, 조선 후기 울산을 대표하던 학자였다. 이근오는 이겸익의 현손으로 그의 선대인 이경연이 지산(芝山) 조호익(曺好益, 1545-1609)의 문하에서 수학했고 이동영 또한 미수(眉叟) 허목(許穆, 1595-1682)을 사사했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이근오 또한 퇴계학파의 학맥을 계승한 영남 남인 계열의 학자로 분류해도 큰 무리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1789년(정조 13년)에 진사시에 입격한 뒤 이듬해에 곧바로 증광문과에 합격했다. 이해에 승문원부정자(承文院副正字)를 시작으로, 성균관박사·전적(典籍), 병조정랑(兵曹正叟) 등을 지내고 정약용·정약전 형제와 교류했다.

이근오가 1800년대에 쓴 ‘죽오일기(竹塢日記)’는 이근오의 일상을 중심으로 가정 생활, 지인들과의 만남과 이별, 여행, 백일장 참석 등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기록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울산지역에서의 첫 문과 급제라는 이근오의 명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죽오일기’는 19세기 영남지역에서 활동한 선비의 생활을 여실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울산박물관에 기증된 방짜유기와 타구 세트, 벼루는 이근오가 실제 사용했던 것이라고 후손인 증조부의 말씀이 전해진다. 방짜유기는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이 세트를 이루고 있는데 곳곳에 변색된 부분이 있지만 유기의 빛을 잃지 않고 있어 오랜 시간 사용하고 아껴온 것으로 보인다.

벼루는 특별한 장식 없는 일반적인 장방형의 벼루 형태로, 돌을 이용해 제작됐다. 벼루의 크기는 각각 다르며 장방형의 중형 벼루는 목제 벼루통이 따로 구성돼 있고, 벼루 뒷면에는 ‘보(寶)’가 새겨져 있다. 바닥과 물집이 따로 구분된 형태도 있는데, 타원형의 물집이 반듯한 형태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만든 흔적이 엿보인다. 문방사우 중 벼루는 먹물 찌꺼기가 남지 않게 잘 관리해야 먹물이 잘 만들어진다. 기증된 벼루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지만 먹물이 응고된 흔적이 없이 관리돼 벼루에 새겨진 ‘보寶’처럼 소중히 여겨진 유물로 보인다.

최영하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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