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찾은 울산 북구 연암동 울산노동역사관1987 기획전시실. 배문석 울산노동역사관 사무국장의 안내에 따라 울산 민중미술 1세대 화가인 정봉진 작가의 ‘일·꿈·삶 그리기’ 아카이브 전시를 둘러봤다.
지난 40년 동안 민주주의, 노동존중, 생명평화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온 정 작가의 열정과 색깔이 전시실 곳곳에서 느껴졌다.
‘소년 정봉진 미술로 빛나다(1959~1978)’ 섹션에서는 정 작가가 학창시절 미술대회에서 받은 상장과 작품 등에서 소년 정봉진의 미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보였다.
정 작가가 여러 작가들과 교류를 쌓으면서 청년 예술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바닥에서 일어나는 청년 정봉진(1979~1987)’ 섹션에서는 반가운 이름이 보였다.
본보가 주최한 2024 울산현대미술제에 참가한 이세현 작가의 스승인 송주웅 작가는 1982년께부터 정 작가와 울산에서 함께 활동한 동료로 건강이 나쁜 정 작가의 이번 아카이브 전시를 개최하기 위해 선배, 후배,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985년 4월5일 ‘바닥전’을 개최했는데 이는 울산 민중미술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민중과 함께 현장 속으로 들어가다(1987~1995)’ 섹션에 전시된 작품들은 이날 전시를 찾은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들에게도 익숙한 작품이었다.
최보열·김병주 교육위원은 “재작년 남한의 35년간의 노동 투쟁 역사를 교육할때 등장했던 작품”이라며 “조합원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작품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를 퇴직하고 이번 전시 해설을 맡은 이태용 도슨트도 “예전에 집회에 참여할때 멀리서 항상 보이던 걸개그림”이라며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노동조합 운동가들은 투쟁하고 맞는게 일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울산미술인공동체, 울산민예총, 울산민미협(1996~2004)’ 섹션에서는 울산미술인공동체의 연도별 활동 과정 자료를 만날 수 있었다.
돈과는 인연이 멀었던 정 작가의 노동 모습이 담긴 ‘고된 삶과 미술, 하청노동자와 예술노동자(2005~2017)’ 섹션에서는 정 작가가 송 작가의 현대중공업 작업복에 그림을 그린 ‘함께 가는 길’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정 작가와 송 작가는 현대중공업에서 하청작업을 같이 할 정도로 인생을 함께했다.
정 작가는 노동과 함께 환경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린 서정적인 작품 ‘엄마의 꽃방-구절초’ 한편에도 공단의 연기가 그려져 있었다.
‘다시 나무를 고르고 조각칼을 쥐다(2018~2021)’ 섹션과 ‘환하게 빛나는 촛불처럼. 한번 더 뜨겁게(2022~현재)’ 섹션은 정 작가가 비교적 최근 그린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삼베, 나무 조각 등 다양한 재료에 그림을 그려 전시가 더욱 풍성했다.
한편 울산민예총과 울산민미협은 지난해부터 정봉진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 작가가 평생 소장해온 자료집, 전시문서, 사진, 작품을 시대별, 목록별로 정리해 카테고리를 만들고 디지털로 전환해 보존 처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송주웅 작가는 “아카이빙은 작가와 시대를 조명하는 중요한 작업이다”며 “뜻깊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지자체에서도 아카이빙 작업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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