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삼도 정확하게 광산이 있었던 위치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같이 찾으러 갈 생각은 있다고 했다.
“다음 주에 시간을 내서 전화를 한 번 주십시오. 제가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작가 선생님 이 돌을 한 번 봐 주십시오. 이게 공룡발자국 화석이 맞는가요?”
김용삼이 내 놓은 돌은 크기가 30㎝쯤 되어 보였다. 약간 두께가 있으면서 넓적했다. 윗면에 홈이 세 개가 푹 파여 있는데 위치로 보아 육식공룡의 발자국이 분명했다.
“이건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육식공룡의 발자국이군요. 이걸 어디서 구했습니까?”
“미호천에서 찾았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공룡발자국이 맞는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이걸 돈 받고 팔 수 있을까요?”
김용삼의 눈에는 모든 돌이 돈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공룡발자국을 수석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학술적인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 설명을 들은 김용삼은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필요하시면 선생님이 그냥 가져가세요.” “필요하지는 않지만 주신다면 가져다가 박물관에 가져가 보겠습니다.”
나는 지갑을 꺼내 3만원을 돌 값으로 건네주었다. 김용삼은 돈을 낚아채듯 받아 넣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발자국 크기에 해당하는 육식공룡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결과는 딜로포 사우루스 정도인 것 같은데 아메리카 대륙에서 화석이 발견된 공룡이었다. 그러고 보면 국내에서 이름 붙인 공룡은 고성 사우루스 뿐이었다. 공룡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전무한 것 같았다. 공룡발자국 화석을 마당에 던져 놓고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붉은 돌 세 점이 나를 노려보는 듯 했다. 어딜 쏘다니다 이제 들어오는가 하고 힐책하는 것 같았다. 밖에 나간 아내가 아직 귀가하기 전이어서 집안은 적막감이 돌았다. 책상 위에 놓아둔 붉은 돌 세 점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붉은 돌도끼를 들어 내려찍는 흉내를 냈다. 손바닥에 몇 번 반복해서 내려찍는데 책상 위의 사람얼굴이 눈에 확 들어왔다. 사람이 돌에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은 아닌데 이게 무슨 조화 속인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붉은 돌도끼와 도끼에 찍힌 얼굴 모양의 자연석이 한꺼번에 나에게 들어올 수 있을까?
돌도끼를 한참 흔들다가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김용삼에게 구입한 반쪽으로 쪼개진 홍옥석을 들고 욕실로 갔다. 100번 샌드페이퍼를 바닥에 깔아놓고 돌을 갈기 시작했다.
돌은 쉽게 갈릴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끈기를 가지고 갈아볼 생각이었다.
정신없이 돌을 갈고 있는데 아내가 욕실 문을 열었다. 탐석을 다녀오면 으레 욕실에서 돌을 씻기 마련이라 별로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
“이틀 동안이나 돌을 주우러 다니신 거여요?”
“아니, 그건 아니고 오늘은 오영수 문학관에서 주최하는 대곡댐 문학기행에 다녀왔지.”
“어제는 어디서 주무시고요?” “어제? 어제는 뭐 유촌 마을에서 잤지.”
아내는 내 모습을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고 나서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옷매무새나 머리가 헝클어져 있으면 잔소리를 할 텐데 나무랄 데가 없는가 보았다. 갈고 있던 돌과 페이퍼를 챙기고 욕실을 나왔다. 아내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바로 서재로 들어가 김재성 노인의 일기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