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출신 독립운동가 ‘학암 이관술’ 업적 재조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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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출신 독립운동가 ‘학암 이관술’ 업적 재조명 본격화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4.07.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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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암 이관술 선생 74주기 추념식이 3일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입암마을 이관술 유적비에서 열렸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 출신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학암(鶴巖) 이관술(李觀述) 선생의 업적 등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족과 기념사업회, 독립운동 선양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관술 선생의 서훈과 명예회복 요구가 높아지며 학술대회 개최와 책 출간 등이 이어지고 있다.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회장 손문호)는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 입암마을 이관술 유적비 앞에서 ‘학암 이관술 선생 74주기 추념식’을 개최했다.

▲ 동덕여자고등보통학교 교사 시절.
▲ 동덕여자고등보통학교 교사 시절.

이날 행사는 이관술 선생의 외손녀인 손옥희씨와 권영길 전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례와 헌화에 이어 경과보고, 헌시, 추념발언, 진혼무, 유족사례 등 순으로 진행됐다. 추념식 후에는 이관술 유적비 안내판이 공개되기도 했다.

1902년 울산 울주군 범서읍 입암마을에서 태어난 이관술은 일제강점기 1930~1940년대 항일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 중의 한 명이다. 이관술은 입신학교와 서울중동고보를 거쳐 동경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동덕여자고등보통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1929~1930년 경성학생 독립운동에 나선 제자들을 보호하며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이관술은 1933년 경성반제국주의와 동맹사건으로 옥고를 겪었고, 1934년부터 1938년까지 경성트로이카(일제강점기 경성에서 조직된 사회주의단체)에서 지도부를 이끌다 옥고와 탈출, 수배생활을 거듭했다. 그는 이처럼 혁명을 통해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대중투쟁과 무장투쟁, 혁명을 수행할 비밀결사 조직에 주력했고, 광복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운형·이승만·김구·박헌영에 이어 5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높은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 1933년 3월12일 동아일보에 실린 ‘조선반제동맹’사건 기사.
▲ 1933년 3월12일 동아일보에 실린 ‘조선반제동맹’사건 기사.

그러던 중 이관술은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의 주모자로 몰려 1946년 11월 무기징역을 받은 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7월 대전 골령골에서 심용현 중위가 이끄는 헌병대 무리에게 학살당했다.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은 이관술 등 조선공산당의 핵심간부가 1945년 10월 하순부터 1946년 2월까지 근택빌딩에 있는 조선정판사에서 6회에 걸쳐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이나 되는 위조지폐를 찍었다는 것으로 미군정이 주도해 수사와 발표가 이뤄진 사건이다. 외손녀 손옥희씨의 노력으로 이관술은 2006년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불법처형’ 당한 것으로 인정받았고 2015년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도 받았다. 7월5일에는 이 사건 재심 신청 1년만에 첫 공판도 이뤄진다.

▲ 1937년 7월23일 동아일보에 보도된 이관술의 잠적, 피신사실 기사.
▲ 1937년 7월23일 동아일보에 보도된 이관술의 잠적, 피신사실 기사.

그러나 이관술의 독립운동 업적은 여전히 나라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손씨는 2020년 국가보훈처에 서훈 신청을 했으나, 그해 광복절을 앞두고 보훈처는 ‘광복 이후의 행적’을 이유로 서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관술 선생에 대한 재조명 작업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21년 MBC에서 ‘불굴의 항일투사, 이관술’이 방영된데 이어 지난해 6월말에는 성균관대에서 ‘이관술과 그의 시대’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렸고, 김상국 소설가가 쓴 ‘정판사 조작사건’ 책도 출간됐다.

기념사업회 손문호 회장은 “이관술 선생의 개인적인 명예를 찾는 것을 넘어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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