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특산물이 사라진다]울주 배·단감, 기후·고령화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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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특산물이 사라진다]울주 배·단감, 기후·고령화에 눈물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4.07.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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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와 농가 고령화로 울산의 대표 특산물들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가운데 울산원예농협 지역 대표 특산물인 울산배 선과장에서 농민들이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의 대표 특산물들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울산 특산물 과수 농가부터 축수산업 생산 농가는 해마다 줄어들고 이상 기후, 병충해에 생산량 마저 위태롭다. 청년 농업인 유입도 없는 상황에서 고령화로 일손 부족도 문제다. 결국 지자체의 각종 지원에도 수십 년간 이어져온 생업을 포기하고 떠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울산의 각종 대표 농축산물 재배 현장의 목소리와 생산 현황을 살피고,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는 새로운 울산 기후 특성에 맞춘 특산물 내실화 방안 등을 짚어본다.



◇고령화 ‘울주배’ 생산 농가 급감

서생에서 50여 년간 배 농사를 이어온 최모(70)씨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지는 이상 기후에 배 착과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며칠 새 기온이 올랐다 내렸다,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 하니 착과가 되질 않는다”며 “수분 작업을 해도 과실이 많이 열릴지 모르겠고, 올해도 태풍이나 강풍 피해로 낙과가 발생하면 안되는데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울산의 대표 농산물로 과수 중에는 배와 단감이 단연 손에 꼽힌다. 특히 울주 서생에서 생산되는 ‘울주 배’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동해와 인접해 해풍을 맞고 자라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도 높다. 울산에서 재배되는 배 품목 가운데 지리적표시제 1호로 등록됐을 만큼 명품 특산물로 꼽힌다.

그러나 해마다 울주 배의 재배 면적과 재배 농가는 감소세를 보인다.

울주군에 따르면 군 내 배 농가는 지난 2020년 723농가, 556㏊에 달했다. 그러나 2년 만인 지난 2022년에는 687농가로 줄었는데, 지난해는 619농가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재배 면적도 490㏊로, 처음으로 500㏊대를 밑돌았다.

이런 상황은 △농촌 고령화 △이상 기후 △산업단지 개발로 인한 농지 면적 감소 등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배 재배 주력지인 서생면과 청량읍 일대는 에너지융합산단과 테크노일반산단 등으로 최근 몇 년새 대거 개발됐다. 산단 개발 부지에 과수 농가가 일부 포함되며 보상을 받고 과수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재배 현장에서는 고령화를 농가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최씨는 “농민 대부분 나이가 많고 힘에 부쳐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일손 구하기도 쉽지 않아 대규모 과수원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푸념했다.

농촌진흥청은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해 오는 2090년까지 주요 과일 총 재배 가능지 10년 단위 예측을 실시했다.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에서 배는 오는 2045년부터 재배지가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열대 기후의 확산으로 대부분 과수 재배 가능지가 북부나 산지로 약 10~20년 사이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50년대부터 사실상 울산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배 ‘재배 적지’에서 벗어나 ‘재배 가능지’로 분류되고, 2070년대부터는 저위생산지로 분류됐다. 빠르면 향후 30년 이내 울산 배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탄저병에 기후변화 단감농가 직격

범서읍에서 70년 넘게 대대로 단감농원을 운영해 온 안영진(51)씨는 “내년에는 단감 품종 갱신이라도 해보려 한다”고 한숨 지었다.

최근 주위에서 단감 농사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안씨는 “지난해 탄저병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가뜩이나 단감만으로는 큰 수익이 나지 않아 생업으로 하는 이들이 적었는데, 탄저병 확산으로 평균 50%가량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울산은 서리가 늦고 토심이 깊어 지리적, 기후적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단감 재배지로 꼽힌다. 특히 태화강 상류 범서지역을 중심으로 군 전역에서 재배되는 울주단감은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미국, 동남아 등에도 수출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단감 농가도 기후 변화와 함께 고령화로 생산량과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울산단감영농조합에 따르면 매년 정품으로 규격 출하되는 울주 단감은 200t가량 됐지만, 지난해는 겨우 50t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생산량이 급격히 줄며 해외 수출도 평균 70t은 채웠지만 지난해는 10t 출하도 힘들었다고 조합은 설명했다.

울산 단감 재배 면적도 지난 2020년께는 300㏊ 이상이었지만, 현재 조합에 등록된 재배 면적은 115㏊에 조합원도 100여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안영진씨는 “울주군은 타 시·도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병해충 방제 약부터 물품 지원이 많은데도 새로 들어오는 청년 농업인들은 없다. 고령화와 생산성 악화로 떠나가는 사람들만 있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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