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차도 진입차단 못하면 제2 오송 참사 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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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하차도 진입차단 못하면 제2 오송 참사 또 일어난다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4.07.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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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서울, 경기, 충청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물폭탄’이라고 부를 만큼 많은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면서 실종과 대피, 침수 등 호우 피해가 속출했다. 하루 사이 누적 강수량이 300㎜ 넘은 곳이 잇따른 가운데 시간당 강수량이 72㎜가 넘는 ‘극한호우’가 퍼부은 지역의 경우 피해가 특히 막심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울산은 집중호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하지만 국지성 집중호우는 언제 어디서 내릴 지 모르는 특징이 있어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특히 울산은 아직도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어 위험천만한 상태다.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지역 내 지하차도는 총 27개이며, 이 중 진입차단시설 의무화 대상은 12개에 이른다. 나머지 15개는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다시 말하면 전체 지하차도의 절반 이상은 침수 사각지대라는 의미다. 더 나아가 시민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의무화 대상 12개도 현재 8개만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돼 있을 뿐 나머지 4곳은 설치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금 서울, 경기, 충청권에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울산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있는 것이다.

지하차도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내릴 경우 가장 먼저 침수되는 곳이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청주시 인근 미호강의 수위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강물이 임시 제방을 무너뜨리고 인근 궁평2지하차도로 흘러 들어가면서 1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금도 국민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다. 이 참사는 당시 차량 통제가 늦어졌고, 자동차단시설이나 원격차단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데다 배수시설 작동 또한 미흡해 발생했다. 2020년 7월에는 부산의 초량제1지하차도도 갑작스러운 폭우에 침수돼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하차도 내 수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차량의 진입을 막는 ‘자동진입차단시설’의 설치는 시민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년 예산 타령만 할 일이 아니다. 지하차도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사실은 이제 국민들이 모두 아는 사실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진입차단시설 설치 대상인 전국 지하차도 402곳(국토교통부 소관 지하차도 제외) 가운데 실제로 시설이 구축된 곳은 164곳(40.5%)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집중호우는 심해지는데 참사방지 시스템 설치는 너무 더디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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