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로에서 공연 하고파
지난 8일 찾은 울산 중구 성안동 아트홀 마당. 허 대표와 함께 아동·가족 뮤지컬 ‘헨젤과 그레텔’이 열리고 있는 공연장, 분장실, 조정실을 차례로 둘러봤다. 공연 관계자가 아닌 이상 드나들기 힘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2층에 자리한 배우들의 연습실도 볼 수 있었다. 지난 공연의 소품들이 가득 있는 연습실의 모습에 아트홀 마당의 역사가 그려졌다.
이후 허 대표와 3층 카페 마당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강원 춘천이 고향인 허 대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울산에 왔다. 이후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 극단 세소래의 청소년 극회인 상록수 3기에 입단하며 본격적으로 연극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허 대표는 “자신만의 끼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연극 무대라고 생각했다”며 “고등학교 2학년 버스에서 친구들이 연극 오디션을 보고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 친구에게 오디션을 본 곳이 어디인지 물어봤다. 이후 바로 그 주 주말에 오디션을 보러갔다”고 말했다.
35년 넘게 연극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허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2010년 제28회 전국연극제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은 ‘어머니’를 꼽았다.
허 대표는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관객들이 연극을 보며 울고 웃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그동안은 나를 위해 연극을 했는데 이날 연극이 사회와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극의 가치를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허 대표는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2021년에는 아트홀 마당을 개관했다.
허 대표는 “그동안 아트홀 마당에서 선보였던 수많은 공연 중 창작 뮤지컬 ‘어차피 패밀리’와 연극 ‘박상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대학로에서 어차피 패밀리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 어차피 패밀리 2탄도 기획 중이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전반적 체계 마련돼야
허 대표는 아트홀 마당이 생기고 난 뒤 울산의 문화예술 수준이 올랐다고 자부한다.
허 대표는 “울산에는 즐길거리가 많이 없다. 아트홀 마당이 생기면서 가족들끼리 공연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울산의 문화예술 수준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적인 이유로 수많은 연극 배우들이 연극에만 전념하기 힘든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허 대표는 “2007년부터 연극에 전업했다. 그때부터 상을 많이 받기 시작했다”며 “연극 배우들이 연극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도시 울산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대표는 “전문 예술인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단지 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울산에 정착해 활동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성장이 이뤄질지 진단하고 연구해야 한다”며 “지원금만 지원해서는 제대로 성장하기 힘들다. 문화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허은녕 대표는 “연극 등 문화예술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연극 한 편이 관객들에게 주는 가치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며 “공연예술은 지원 사업이 없으면 이뤄지기 힘들다. 문화예술인들이 창작 활동하는 것을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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