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 홍옥석으로 만든 돌도끼였다.
“이 돌이 왜 여기 있습니까?”
“그건 우리 할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시던 돌입니다. 진짜 석기시대에 만들어진 돌도끼 같아요.”
“이건 얼마에 파시겠습니까?”
김용삼은 팔고 싶지는 않은데 꼭 사고 싶다면 1000만 원을 내놓으라고 했다. 모른 척하고 붉은 돌도끼를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일본인인줄 알고 덤터기를 씌우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러나 붉은 돌도끼는 꼭 수중에 넣고 싶었다. 혹시 다른 홍옥석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방 안에서 돌 하나를 꺼내왔다. 내가 일본에서 가져온 홍옥석 보다는 조금 작고 붉은 무늬에 잡티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이건 얼마에 파시렵니까?”
“글쎄요. 이건 백만 원만 주세요.”
나는 돌을 사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붉은 홍옥석을 구하게 된 동기를 물어보았다. 김용삼은 미호천에는 아직도 큰물이 지고 나면 예전에 광산에서 버린 돌들이 굴러 내려와 발견된다고 했다. 일본인들이 아주 색깔이 좋은 것만 가져가고 좋지 않은 것은 모두 버렸는데 그것이 지금 미호천에서 구르고 있다고 했다. 내가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주 빨간 것 보다는 백옥이 섞여서 무늬를 만든 것이 더 아름답지 않느냐고 했다. 나는 그렇기는 한데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고 했다. 김용삼은 원석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지만 돌이 야물어 가공비도 많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돌 한 개 가공하는데 삼십만 원이 들었습니다. 거기다 느티나무로 좌대를 팠지요. 비싼 게 아니지요.”
나는 결국 김용삼에게 오십만 원을 건네주고 별로 쓸모도 없는 둥근 홍옥석을 손에 넣었다. 붉은 돌도끼를 손에 넣기 위한 작전이었다.
“적당한 가격에 파시지요. 백만 원 드리겠습니다.”

김용삼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그러면 이백만 원에 팔겠다고 했다. 나는 즉시 가방에서 이백만 원을 꺼내 주었다. 김용삼은 의외라는 듯 돈다발을 받고도 세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왜 붉은 돌도끼를 사는지 이유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는 김용삼에게 할아버지 김일환의 생애에 대해 물어보았다. 김용삼은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은 할아버지에 대해 누구한테 이야기도 하기 싫은데 물으니 할 수 없이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김일환은 나이가 들어 매일 술에 절어 살았다고 했다.
“술이 취하면 매일 천전리 각석에 갔어요. 거기서 해가 넘어갈 때까지 술타령을 하시다가 돌아오시곤 했지요. 나에게도 배워두어야 할 것이 있다면서 암각화에 데려가려고 애를 썼어요.”
“그래 따라 갔습니까?”
김용삼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술 취한 노인의 주정을 들어서 무엇 하겠느냐고 했다. 나중에는 해가 넘어가면 천전리로 할아버지를 데리러 가곤 했다고 했다. 나는 김용삼의 이야기를 들으니 술 취한 김일환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는 듯했다. 그는 오십 년 전에도 암각화 앞에서 이야기를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