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도 공연장서…작·연출·음향 등 1인 다역
지난달 22일 오후 4시께 찾은 울산 남구 장생포 문화창고 소극장W. 텅 빈 극장에서 전우수 극단 푸른가시 대표가 8월24~25일 이틀간 이 곳에서 열리는 ‘주크박스 뮤지컬경부고속도로’ 공연을 앞두고 무대 세트와 조명, 음향 등을 점검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전 대표는 “사실 여름 휴가기간인데 공연 때문에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은 뒤 “배우들은 직장 등 각자의 생업에 따라 일을 마치고 오후 6시 넘어 모여 2~3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주크박스 뮤지컬경부고속도로’는 8월9일 꽃바위 문화관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태화강 국가정원 야외특설무대 공연에 이어 장생포 문화창고까지 약 보름간 3차례 진행되는 여름 바캉스 시즌에 맞춰 마련된 장기 릴레이 공연이다.
전우수 대표는 “지난해 공연장상주예술단체로 선정돼 서울주문화센터에서 처음 공연됐고, 이후 일부 노래와 배우진 교체 등으로 새롭게 꾸몄다”며 “한 번 공연 된 이후 여러 사정상 재공연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공들여 제작한 작품을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에서 잇따라 공연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전 대표가 직접 희곡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이 뿐 아니라 조명과 음향, 음악 선곡 등까지 1인 4~5역을 하고 있다. 배우를 빼고 사실상 거의 다 하고 있는 셈이다.
전 대표는 ‘경부고속도로’라는 작품명과 관련해 “초연무대였던 서울주문화센터의 소재지가 언양 삼남읍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며 “두 지역을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의 상징성에 대한 지역민들의 이해도를 갖게 하고 싶었고, 또한 언양불고기, 언양미나리 등 토산품이 과거 경부고속도로 토목공사 당시 근로자들을 통해 전해졌다는 과거의 스토리를 모티브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연극 동아리가 시초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한 전 대표는 지금의 극단 대표가 될 것이라고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연극 동아리인 ‘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을 했다. 취업 등의 문제로 머리가 심란할 무렵인 대학 4학년 때 취직 대신 연극이나 해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출발한 것이 지금의 극단 푸른가시였다”고 말했다.
1988년 창단한 푸른가시는 올해로 만 36주년을 맞았다. 배우만 19명(남 3, 여 16)이 소속돼 있다. 지금까지 총 140여회의 정기공연을 해왔고, 전국대회 은상(3회), 울산연극제 대상 10회 등의 굵직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대표는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은미’를 꼽았다. 베트남 출신 다문화 가정의 아픔을 그린 이 작품은 전 대표가 직접 쓰고 연출했다. 푸른가시는 2013년 울산연극제에서 7관왕, 전국연극제에서 단체 은상 등을 수상했다.
전 대표는 극단 대표이기도 하지만 현직 언론사 기자이기도 하다. 그는 “기자도 연극처럼 다양한 영역을 경험할 수 있는 직종이다. 기자와 연극의 상호 보완작업을 통해 좀더 양질의 연극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극단 창단 이후 신문·방송기자 등을 오가면서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던 것이 연극이다. 연극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고 그래서 더 노력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지역 연극계 현실과 관련해 그는 “울산연극계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사람이다. 젊은 인력이 배출될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연극을 시작한 초년생들에게 연극이 생업이 될 수 있는 환경, 안정된 제작여건을 갖춘 시립극단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배우로도 무대에 자주 서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차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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