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첨병 - 울산문화예술인]“연극이 생업 될 환경, 시립극단 생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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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첨병 - 울산문화예술인]“연극이 생업 될 환경, 시립극단 생겼으면”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4.09.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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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우수 극단 푸른가시 대표는 앞으로는 배우로서 무대에 자주 올라 관객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문화예술 여러 분야 중에서도 연극은 울산이 특히 열악하고 척박한 분야다. 전우수(61) 극단 푸른가시 대표는 이런 척박한 지역 연극계에서 30여년간 외로운 길을 ‘우보(牛步) ’처럼 걸어오고 있는 인물이다. 어려운 여건상 연극의 연출은 물론 희곡을 직접 쓰고 음향·조명까지 1인 다역을 하면서도 전국연극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 등 굵직한 업적을 쌓아오고 있다. 그는 이순이 넘은 이제는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갈 꿈을 그리고 있다.



◇휴가도 공연장서…작·연출·음향 등 1인 다역

지난달 22일 오후 4시께 찾은 울산 남구 장생포 문화창고 소극장W. 텅 빈 극장에서 전우수 극단 푸른가시 대표가 8월24~25일 이틀간 이 곳에서 열리는 ‘주크박스 뮤지컬­경부고속도로’ 공연을 앞두고 무대 세트와 조명, 음향 등을 점검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전 대표는 “사실 여름 휴가기간인데 공연 때문에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은 뒤 “배우들은 직장 등 각자의 생업에 따라 일을 마치고 오후 6시 넘어 모여 2~3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주크박스 뮤지컬­경부고속도로’는 8월9일 꽃바위 문화관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태화강 국가정원 야외특설무대 공연에 이어 장생포 문화창고까지 약 보름간 3차례 진행되는 여름 바캉스 시즌에 맞춰 마련된 장기 릴레이 공연이다.

전우수 대표는 “지난해 공연장상주예술단체로 선정돼 서울주문화센터에서 처음 공연됐고, 이후 일부 노래와 배우진 교체 등으로 새롭게 꾸몄다”며 “한 번 공연 된 이후 여러 사정상 재공연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공들여 제작한 작품을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에서 잇따라 공연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전 대표가 직접 희곡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이 뿐 아니라 조명과 음향, 음악 선곡 등까지 1인 4~5역을 하고 있다. 배우를 빼고 사실상 거의 다 하고 있는 셈이다.

전 대표는 ‘경부고속도로’라는 작품명과 관련해 “초연무대였던 서울주문화센터의 소재지가 언양 삼남읍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며 “두 지역을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의 상징성에 대한 지역민들의 이해도를 갖게 하고 싶었고, 또한 언양불고기, 언양미나리 등 토산품이 과거 경부고속도로 토목공사 당시 근로자들을 통해 전해졌다는 과거의 스토리를 모티브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연극 동아리가 시초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한 전 대표는 지금의 극단 대표가 될 것이라고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연극 동아리인 ‘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을 했다. 취업 등의 문제로 머리가 심란할 무렵인 대학 4학년 때 취직 대신 연극이나 해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출발한 것이 지금의 극단 푸른가시였다”고 말했다.

1988년 창단한 푸른가시는 올해로 만 36주년을 맞았다. 배우만 19명(남 3, 여 16)이 소속돼 있다. 지금까지 총 140여회의 정기공연을 해왔고, 전국대회 은상(3회), 울산연극제 대상 10회 등의 굵직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대표는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은미’를 꼽았다. 베트남 출신 다문화 가정의 아픔을 그린 이 작품은 전 대표가 직접 쓰고 연출했다. 푸른가시는 2013년 울산연극제에서 7관왕, 전국연극제에서 단체 은상 등을 수상했다.

전 대표는 극단 대표이기도 하지만 현직 언론사 기자이기도 하다. 그는 “기자도 연극처럼 다양한 영역을 경험할 수 있는 직종이다. 기자와 연극의 상호 보완작업을 통해 좀더 양질의 연극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극단 창단 이후 신문·방송기자 등을 오가면서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던 것이 연극이다. 연극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고 그래서 더 노력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지역 연극계 현실과 관련해 그는 “울산연극계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사람이다. 젊은 인력이 배출될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연극을 시작한 초년생들에게 연극이 생업이 될 수 있는 환경, 안정된 제작여건을 갖춘 시립극단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배우로도 무대에 자주 서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차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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