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아파트’를 통해 들여다본 저작권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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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아파트’를 통해 들여다본 저작권 세상
  • 경상일보
  • 승인 2024.11.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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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한 달 전 ‘블랙핑크’ 로제와 ‘21세기 마이클 잭슨’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만든 신축 ‘아파트(APT.)’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난 후 울산이 낳은 한국의 레전드 가수 윤수일의 구축 ‘아파트’가 소위 강제소환되어 재조명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이번 달 13일에는 ‘장봄준’이라고도 불리는 봄 노래 최강자인 가수 장범준이 재건축 ‘아파트’를 리메이크곡으로 대중들에게 내어놓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윤수일의 국내 대 히트곡 ‘아파트’ 이후에 동일한 제목의 ‘아파트’가 세계적 대히트를 치고 있는 셈인데, 사실은 제목 외에는 두 노래는 서로간에 큰 관련은 없다고 할 것이다.

저작권법상 음악저작물(노래)의 제호(제목)는 그 저작물을 표상하고 식별하는 것으로 식당의 간판과도 같은 중요한 것이어서 이를 변경하여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다(내적 보호). 그러나 그 외적 보호 즉 타인이 동일한 제목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대체로 허용되지 않는다. 판례와 학설이 인간의 사상, 감정의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호의 저작물성에 관하여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아파트’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음에도 다른 ‘아파트’라는 제목의 노래가 나온다고 해서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라는 제목을 저작자의 허락 없이 ‘아파트먼트’라고 변경하여 이용한다면 이는 저작인격권 침해가 된다.

같은 제목으로 알려진 둘 이상의 다른 노래들이 꽤 많다. 예를 들면, 성시경과 이하이가 부른 ‘골목길’은 이전에 신촌블루스의 ‘골목길’ 그리고 이재민의 ‘골목길’이 있었다. 노래 제목은 주로 짧은 단어나 문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선택의 요소가 많지 않아서 겹치는 제목의 히트곡들도 무수히 많다. ‘떠나가는 배’라는 제목의 가곡과 정태춘 노래가 있는 것은 그 예로 들지도 못할 것 같다.

다음으로 음악저작물의 가사, 악곡을 변형하여 만든 리메이크곡이 있다. 이를 법적으로는 원저작물에 대한 2차적저작물이라고 하는데, 편곡저작물이 그 예이고 소위 리메이크곡도 편곡이 포함되어 있어 이에 속한다. 원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어서 작성하게 된다. 장범준의 재건축 ‘아파트’는 리메이크곡으로서 2차적저작물인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이재민의 ‘골목길’을 편곡한 양동근의 ‘골목길’이 있는데 리메이크곡으로 한때 인기를 끌었다.

언제부터인가 리메이크곡들이 엄청나게 발매되고 있다. 이는 복고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젊은 세대가 예전의 노래 등을 재해석하여 내어놓는 ‘뉴트로(Newtro)’가 유행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리메이크곡들이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나오는 경우도 있다 보니 초기 리메이크곡이 원곡으로 오인되는 경우까지 있다. 이문세가 처음 부른 ‘붉은 노을’은 적어도 17명의 가수가 리메이크했는데, 그 중 빅뱅의 노래를 원곡으로 착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리메이크는 음악과 같은 저작물뿐만 아니라 유사한 형태가 발명에서도 줄곧 이루어지고 있다. 개량발명이라고 하는 것이 일종의 리메이크라고 할 것인데, 전혀 새로운 발명을 하는 것은 하느님 영역일 것이고 현재 이루어지는 발명은 모든 것이 과거의 물건을 기초로 이의 단점을 보완한 개량품에 대한 것이다. 발명 개량품의 특징은 이전의 물건보다 더 발달된 것이라는 점이다. 개량의 정도가 예상할 수 없는 정도이면 비로소 특허의 대상이 되어 독점권이 부여된다.

동일 제목의 다른 작품은 당연히 새로운 창작품이지만, 리메이크는 지금껏 모방이냐 창작이냐의 논란이 있어왔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대체로 창작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듯하다. 해석과 표현에 따라 원작과 다른 창작적 가치를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작물은 발명에서와 달리 발달보다는 다름을 추구하여 차별화하는 것이므로 다양한 리메이크 작품들이 나온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다양성을 경험한다는 측면과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기성세대에게는 로제의 신축 ‘APT.’를, MZ 세대에게는 장범준의 재건축 ‘아파트’를 거쳐 윤수일의 오랫동안 건재한 구축 ‘아파트’를 한번 권해보고 싶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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