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 아동을 대상으로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약을 ‘과하게’ 복용시키고, 통고제도를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아동복지시설은 현재 0세부터 만24세 미만 아동 약 115명을 보호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동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의 학대 등으로 시설에 왔다. 보호자의 질병과 가출 등으로 가정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아동도 있다.
이런 가운데 시설 전체 아동의 절반가량인 50여 명이 ADHD 진단을 받고, 관련 약을 복용 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초등학생의 ADHD 유병률은 13% 수준으로 파악된다.
ADHD 진단 시 약물치료가 일차적으로 권고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설 관리 편의를 위해 ADHD 약 복용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ADHD약을 꾸준히 먹게 되면 주요 증상인 주의력 부족, 과잉행동, 충동적 행동이 대폭 줄어든다. 약 몇 알에 ‘소란스러운 아이’에서 ‘차분한 아이’로 바뀔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ADHD약은 현재 세 가지인데, 메틸페니데이트의 경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전문의와 상의하에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섣부른 투약은 아동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시설의 아동들에게 ADHD 진단을 시행한 병원측은 “진료 절차상 심리검사가 이뤄지고, 필요하면 약물 처방이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차정화 전국돌봄노조 울산지부장은 “진단에 따라 ADHD약을 먹을 수는 있지만, 약 처방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약 처방보다는 아동에 대한 심리정서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일부에서는 과다 복용이 있다고 본다. 시설 관리자의 인권 감수성 교육 등 체계적인 아동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고제도를 남용해 아동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통고제도는 보호자나 학교·사회복지시설·보호관찰소의 장이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년 보호사건을 법원에 접수하는 절차다. 해당 시설에서 2022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총 9명의 아동이 통고 조치 됐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절도,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 법원으로부터 6~7호 처분을 받은 아동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관리하기 까다로운 아동을 통고제도를 통해 훈육하고, 시설에서 분리시키는 보육 방식도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시설은 올해 울산시로부터 약 5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시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울산시 관계자는 “의사 처방과 법원 판결에 따라 이뤄진 사안이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최근 해당 시설의 후원금을 조사하는 등 운영 전반을 점검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시설측은 이와 관련해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시설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ADHD약 복용도, 통고제도 시행도 모두 부모의 동의를 받아 이뤄지고 있다”며 “오히려 아동들의 개인 신상이 외부로 유출된 자체가 문제다. 자체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ADHD 약물을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아동의 행동이 좋아지면 검사와 상담을 통해 약물 복용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또 통고제도 남용과 관련해서는 “시설장 마음대로 아동을 통고할 수 없고, 통고를 통해 아동을 다른 시설로 보내는 결정권은 오로지 법원에 있다”며 “아동들이 바르게 자라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게 교사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