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3년 울산 동구 방어동 주민 A씨는 자녀와 공원을 산책하다 달려든 까마귀에게 공격을 당했다. A씨는 까마귀의 공격으로 다쳐 입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지난해 봄에는 동구 화정동의 B씨가 아파트를 산책하다가 위협적으로 비행하는 까마귀를 피하려다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B씨는 당시 까마귀가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와 머리 위를 맴돌았다고 했다.
봄만 되면 활개치는 까마귀 때문에 주민들이 다치는 등의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에 동구는 까마귀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까마귀 공격 주의’ 현수막을 부착하고 관리 중이다.
17일 찾은 동구 문재공원. ‘까마귀 공격주의’라는 문구와 함께 인근을 통행할 때 모자나 우산을 쓰라는 안내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다. 인근에서 환경정화를 하던 한 자원봉사자는 “날이 따뜻해지면 나타나기 시작해 가만히 있는 사람을 공격하곤 한다. 청소 중 만난 까마귀를 피해 종종 도망을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민을 공격하는 까마귀는 겨울철 울산을 찾는 철새가 아닌 텃새 ‘큰부리까마귀’로 추정된다. 몸길이는 57㎝ 정도로 날개를 펼치면 1m에 달해 상당히 위협적이다.
주로 산림에서 생활하는 큰부리까마귀는 보통 높은 소나무나 잣나무 등에 둥지를 튼다. 잡식성이라 주택가에서도 잘 살아남는다.
전문가들은 봄철에 피해가 집중되는 이유에 대해 3~6월 번식기를 맞은 까마귀들이 둥지 속 새끼와 알을 보호하기 위해 근처로 다가오는 행인을 대상으로 공격성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성수 조류 전문가는 “어떤 동물도 번식기와 양육 시기에는 예민해지는 게 당연하지만, 몸집이 다른 새들에 비해 크다 보니 겁이 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인가 근처에 높은 나무가 있는 경우 나무 위에 까마귀 둥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모르고 둥지 근처로 접근하면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도시 개발 등으로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자 마땅한 자리를 찾아 도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승민 짹짹휴게소 대표는 “지금 까마귀가 둥지를 짓는 지역이 원래 이들의 서식지였을 것”이라며 “난개발 등으로 공간이 부족해지자 산지에서 주로 서식하는 종임에도 인가로 내려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구 관계자는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까마귀를 발견하면 모자나 우산 등으로 머리를 가리고 조심히 자리를 벗어나는 게 최선”이라며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몇 사례를 제외하면 직접 포획할 방법이 없다. 대신 까마귀 상습 출몰지에 현수막을 붙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