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4대 주력산업이 집적된 산업수도로, 원자재 반입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이어지는 물류 수요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시 전역을 아울러 육상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화물터미널은 북구 효문동에 한 곳뿐이다. 1995년 개장 이후 30년 가까이 별다른 확충 없이 운영되고 있는 터미널로 인해 각종 부작용이 주변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의 물류 인프라는 고도화된 산업 구조와 시민의 일상 사이에서 ‘조용한 충돌’을 겪고 있다. 물류 흐름의 병목현상은 곧 산업 생산성 저하로, 도심 불편은 곧 시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제2터미널 논의가 더 늦춰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하역도, 주차도 포화
울산 북구 효문동 화물터미널은 하루 수백 대의 화물차가 몰리는 지역 대표 물류 거점이다.
이 때문에 오전과 오후 피크 시간대에는 진입로부터 인근 도로까지 차량이 줄지어 서 있는 광경이 반복된다. 하역 순서를 기다리는 차량은 주변 공터나 도로변에 대기하면서 터미널 내 혼잡은 하역 지연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 일대는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물류센터 외에도 하루에 수많은 화물차들이 오고가다 보니 차량들이 엉키길 반복하고 있어 북구 주민들에겐 ‘공포의 도로’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실제 울산항을 통해 입항한 일부 화주는 물량을 지역에서 소화하지 못해 부산신항이나 대구·경북권 물류센터로 돌리는 일이 잦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손실과 이송비 부담은 화주와 운송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역 물류업계 관계자는 “항만에서 물건은 쏟아지는데, 그걸 감당할 내륙 물류거점이 사실상 부재한 상태”라며 “울산은 산업도시인 만큼 물동량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한데, 이걸 효문동 한 곳에서만 받아내다 보니 정체는 상시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터미널 내부 역시 증가하는 물량에 하역 공간이 좁고, 설비는 노후화 중이다.
컨테이너 적출·적입 지연은 출하 일정을 어지럽히고, 차량 대기 시간이 길어지며 물류비가 상승하기도 한다. 울산의 산업 물류가 ‘입항은 울산, 처리와 분산은 타지’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도심까지 밀려든 화물차
터미널 과부하가 가져오는 부작용은 물류 현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차 공간 부족 탓에 화물차들이 산업단지 주변은 물론, 주택가 이면도로와 교차로에도 밤샘 주차를 일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구 여천오거리를 들 수 있다. 석유화학공단과 인접한 이 일대는 밤이면 컨테이너 트럭과 탱크로리 등 대형차량으로 도로변이 빼곡히 채워진다. 주민들은 “차량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주차된 트럭이 많고, 시동을 켜거나 공회전하는 소음으로 밤잠을 설치는 일이 잦다”고 호소한다.
시와 각 지자체는 남구 여천오거리, 중구 유곡동, 북구 농소 일대 등을 중심으로 불법 화물차 밤샘주차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1만대에 육박한 시 등록 화물차에 비해 공영차고지 주차면은 1400면 수준에 불과해 감당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상시 불법주정차 단속을 진행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한정적인 상황”이라며 “차고지 확보와 단속이 병행되더라도 운전자 스스로가 이용할 의지가 없다면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불법 밤샘 주정차 문제의 원인은 시설 부족뿐만이 아니다. 일부 화물차 운전자들이 거리를 더 가기 싫어 가까운 도로변에 주차하는 관행이 구조적 병폐로 굳어져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다행히 울산은 현재 지역 내 공영차고지 확충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단순한 화물차 주차장 확보만으로는 도심 혼잡과 물류 비효율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 불편과 도시 기능 왜곡까지 동반되는 등 산업 규모에 비해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울산 물류의 민낯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관계자는 “물류 흐름을 도시 외곽으로 자연스럽게 분산시키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며 “화물 운전자의 동선과 습관을 고려한 차고지 배치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터미널이 한 곳뿐이라는 현실은 산업현장의 물류 지연은 물론, 도심의 교통혼잡과 시민 불편까지 연쇄적으로 일으키고 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