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찾은 중구 장현동 동천 일대. 하천 둔치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땅이 인위적으로 정돈된 흔적이 눈에 띈다. 줄지어 패인 고랑들과 반듯하게 구획된 흔적. 마치 무언가를 급히 거둔 듯 흙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곳엔 푸른 작물이 빼곡했다. 최근 중구 관계자가 이곳에서 하천 불법 경작이 이뤄진다는 민원을 받고 현장을 찾아 작물과 적치물을 모두 제거했고, 남은 것은 고랑뿐이다.
중구는 지난 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동천 인근 장현동 62-11, 장현동 541과 척과천 인근 다운동 933-1 등 3곳을 대상으로 하천 내 불법경작에 대한 원상회복 명령을 공시송달 방식으로 공고했다. 경작 행위자의 신원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곳은 모두 하천 제방이나 둔치에 위치한 곳들로, 일반인들이 경작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국유지다. 하지만 현장을 찾았던 관계자에 따르면 그물 울타리까지 둘러쳐져 있는 등 사유지처럼 꾸며진 모습은 사실상 개인 텃밭 수준이었다.
이번에 공시송달 대상이 된 3곳은 행위자가 불명확해 중구가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공고 기간 내 자진 정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구는 직권으로 원상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중구에는 국가하천 1곳, 지방하천 6곳, 소하천 8곳 등 총 15곳의 하천이 분포해 있다. 중구는 관내 하천에 대한 순찰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관리에도 일부 주민들에 의해 하천이 ‘공공의 땅’이 아닌 ‘나만의 텃밭’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토지 소유권을 착각하거나 ‘오랫동안 사용해왔다’는 이유로 무단 사용을 정당화하는 경우도 있다.
하천을 무단으로 경작지로 활용하는 행위는 단순한 불법 점유 문제를 넘어 다양한 안전 및 환경상의 문제를 동반한다. 하천 제방이나 둔치에 작물을 심고 관리하다 보면 제방 사면이 약해지고 집중호우 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경작 과정에서 사용된 폐비닐, 비료, 농약 등이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유입될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구 관계자는 “하천은 홍수 조절과 생태계 유지 등 공익적 기능이 중요한 만큼 무단 점유와 경작은 엄연한 불법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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