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가 끝나면서 무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뜨거운 더위에 올해 부산·울산·경남에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이들이 지난해보다 3배 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많은 울산지역은 온열질환 비상이 걸렸다. 동천동강병원 내과 전문의 박경현 과장과 함께 온열질환의 종류와 증상, 예방 및 대처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온열질환자 3배↑…일사병·열사병 달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6일까지 부울경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05명이다. 부산에서는 45명, 울산 54명, 경남 106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온열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사례도 부산과 경남에서 각각 1건씩 나왔다.
부울경 전체로 살펴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온열질환자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6일까지 859명이 온열질환을 앓고 7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해엔 같은 기간 469명이 온열질환을 앓고 3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올해 환자의 54.6%는 열탈진이었고, 열사병 20.1%, 열경련 13.7%, 열실신 9.8% 순이었다. 노약자가 특히 취약해 전체 환자의 33.3%가 65세 이상이었다. 발생 장소는 야외 작업장이 25.6%로 가장 많고 논밭 16.6%, 길가 14.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온열질환은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더운 날씨에 무리한 야외활동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일사병(열탈진), 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등이 대표적이다. 두 질환의 차이점은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고 체온이 40℃ 이상으로 오르고, 일사병은 체온이 40℃ 미만에서 땀을 많이 흘리고 극심한 무력감과 피로, 구토 증상을 보이는 점이다.
동천동강병원 박경현 전문의는 “일사병과 열사병을 비슷한 질환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둘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일사병은 심부체온(몸속온도) 40℃ 미만으로 중추신경계의 이상은 없는 상태를 이르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쉽게 회복되고 합병증도 남지 않는다. 여기서 방치하면 심부체온이 40℃를 넘어서면서 중추신경계의 이상소견을 보이는 열사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사병과 열사병은 증상의 차이로도 구분해 진단할 수 있다. 박경현 전문의는 “더운 날 땀을 많이 흘리고 어지러움과 약간의 정신혼란을 동반하면 일사병이고, 땀이 있거나 땀이 전혀나지 않으면서 의식소실이나 경련, 어눌함 등 증상이 있으면 열사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조치 중요…수분 섭취 및 충분한 휴식
일반적으로 일사병은 적절한 조치로 회복할 수 있지만, 열사병은 중추신경계 이상이 동반되는 가장 중한 형태의 온열질환인 데다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즉시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열사병은 초기에 일사병처럼 가볍게 시작되기 때문에 종종 ‘조금만 쉬면 괜찮을 줄 알았다’는 판단으로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 체온이 계속 올라가면 뇌 기능 장애, 간 손상, 신장 기능 부전 등으로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의식 저하나 발작, 호흡 이상 등이 발생하면 이미 위중한 상태에 다다른 것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박경현 전문의는 “온열질환자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응급조치다. 발견 즉시 119에 신고한 후 시원한 장소로 환자를 이동시키고 시원한 물로 옷을 적시거나 선풍기 바람 등으로 열을 식혀줘야 한다”며 “대신 환자의 체온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주의하고, 응급처치 후에는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은 고온 다습한 환경과 무리한 활동을 피하는 것이다. 날씨를 수시로 확인해 정오부터 오후 5시 사이 과한 활동은 피하고, 피할 수 없을 때는 양산, 모자, 선크림 등을 활용해 자외선과 열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 15~20분마다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으로,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다만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조심해야 한다.
박경현 전문의는 “의식이 명료하지 않은 환자에게 물이나 이온음료를 먹이게 되면 자칫 기도를 막아 호흡곤란 등 더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따라서 환자의 의식이 없다면 물이나 이온음료 등 섭취를 금지하고, 빨리 119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실내외를 막론하고 시원하게 하는 것이다. 외출할 때는 가볍고 밝은색의 헐렁한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햇볕을 차단해 실내온도가 과하게 올라가는 것을 예방하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활용해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한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