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1장 만남 / 보부상 서신 1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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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1장 만남 / 보부상 서신 1호(7)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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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기박산성 전경. 울산시 제공

여인의 뱃속에서 배가 고프다는 힘찬 신호가 왔다. 순간 여인은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미안합니다.”

“하하하하….”

청년은 해맑은 목소리로 웃어젖히다가 여인을 쳐다보며 갑자기 웃음을 멈췄다.

“미안합니다.”

머리까지 긁적거리며 청년은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금방 먹을 것을 준비하겠습니다. 잠시 더 누워 계세요.”

말을 마친 후에 청년은 늑대 한 마리를 어깨에 메고 도망치듯이 황망하게 동굴을 빠져나갔다.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발걸음은 가벼웠고, 그의 폐를 들락거리는 공기가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늘 가던 계곡으로 가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익숙하게 늑대를 손질하던 청년은 이상한 느낌에 황급히 몸을 움직였으나 이미 상대방은 그의 퇴로를 차단하며 막아섰다. 삿갓 쓴 남자를 쳐다보던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설마 했는데, 너였구나. 오 년 전의 그 아이.”

“네.”

“어떻게 된 것이냐?”

“무얼 말씀하시는 건지?”

“몰라서 묻는 거냐?”

“아까 보니까 늑대와 싸울 때 검법을 쓰더구나. 내가 잘못 본 거냐?”

“아닙니다.”

“그럼 말해 보거라.”

청년은 그간의 사연들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삿갓을 쓴 남자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네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겠지?”

“네.”

삿갓의 남자는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져 갔다. 청년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처음부터 알았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라서 되물었을 뿐이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양천동입니다. 성은 양가고 개울가에 낳았다고 내천 자(川)를 써서 천동이라고 지었다 들었습니다.”

천동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렸을 때는 못 느꼈는데 오늘 그가 본 천동의 인상은 그가 결코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하늘 천(天) 움직일 동(動), 하늘을 움직인다는 뜻의 천동이로 쓰거라.”

“이름은 부모님이 지어주시는 것인데, 어찌 마음대로 바꾸라고 하십니까?”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음이 같되 뜻이 다른 한자로 바꾸는 것이다. 내가 작명에 대해서는 조금 아니까 그렇게 하거라. 너에게는 결코 손해가 아닐 것이다. 네 부모님도 분명히 좋아하실 게다. 여러 말 하지 말고 내 말대로 해.”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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