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기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선방하고 있으나, 건설업 부진과 대외 여건 악화가 경기 회복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8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여건도 악화되며 경기가 전월과 비슷한 정도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KDI가 경기 둔화를 본격 언급한 지난 5월 이후 세 달 연속 비슷한 경고음을 내고 있는 셈이다.
최근 경기 부진은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5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특히 건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0.8% 급감하며 전월(-21.1%)에 이어 극심한 부진을 이어갔다.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도 3.9% 감소해 건설경기의 어려움을 방증했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가 전년 동월 대비 18.1% 증가하며 선방했지만, 자동차(-3.2%)와 금속가공(-4.9%), 의약품(-10.7%) 등이 부진해 전체 증가율이 0.2%에 그쳤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1.7%로 전월(73.8%) 대비 하락했고, 재고율은 104.4%로 상승했다.
내수 부문도 뚜렷한 활력을 찾기 어렵다.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2% 감소해 두 달 연속 뒷걸음질쳤다. 승용차 판매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13.4% 늘었지만, 가구(-10.8%), 화장품(-8.5%), 가전제품(-6.1%) 등이 부진을 이어갔다.
서비스업 생산은 금융·보험업(3.6%), 보건·복지(7.1%)가 증가했지만 도소매업(-1.6%)과 사업시설관리(-3.0%)가 줄면서 전체 증가율이 1.0%에 그쳤다.
수출도 고관세 여파로 주춤했다.
6월 수출은 선박 수출 급증(67.4%) 덕분에 전년 대비 4.3% 증가했지만, ICT·선박을 제외하면 3개월 연속 일평균 수출액이 감소했다. 자동차에 대한 고관세 적용으로 대미 수출은 1.9% 증가에 머물렀고, 대중 수출도 반도체(-6.2%) 부진 영향으로 0.4% 줄었다. 다만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8.7로 전월(101.8) 대비 큰 폭 상승했다.
KDI는 미국의 상호관세와 관련해 통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경고했다.
미·중 무역협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교역 둔화와 주요국 소비·기업 심리 위축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KDI는 “고금리 기조 완화 조짐과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소비 회복의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반도체 수출과 소비심리 회복은 긍정적이지만, 건설업 부진과 대외 리스크가 여전해 경기 개선의 모멘텀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