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1장 만남 / 보부상 서신 1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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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1장 만남 / 보부상 서신 1호(8)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7.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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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무룡산 전경. 울산시 제공

“네, 알겠습니다.”

“나를 따라가면 부귀영화가 너의 것이 될 수 있다. 지금의 거지같은 몰골 대신에 좋은 옷에 기름진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가겠느냐?”

“….”

“왜 대답이 없는 게냐?”

“….”

“생각이 바뀌면 이리로 와서 나를 찾아오너라. 내가 보기에 너는 특별한 사람이다. 어떤 경우에도 그걸 잊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남자는 무엇인가 적혀있는 쪽지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내 이름은 세평(世平)이다. 잊지 말거라.”

“네.”

천동은 깊숙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고개를 들어서 앞을 봤을 때는 이미 세평이라는 남자가 사라지고 없었다. 천동은 손질하다가 만 늑대를 능숙한 솜씨로 마무리한 후에 주위를 계속 살피면서 동굴로 갔다.

동굴에 있던 여인은 평상에 앉아 있다가 그가 들어오자 일어섰다. 그녀는 이제 몸과 정신이 온전한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그냥 앉아 계세요.”

여인은 다시 앉았고, 청년은 소금을 뿌려가며 늑대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여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뭐라고 부르면 되죠?”

“천동이라고 부르세요. 양가 천동입니다.”

“나는 성이 박가고 친정은 웅촌 검단리인데, 우시산국이라는 나라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아주 오래된 도읍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흩어져서 오십여 가구만 사는 작은 마을이 되었습니다.”

웅촌댁이라는 여인은 묻지도 않은 부분까지 상세히 말했다.

“웅촌마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어릴 적에 국화라고 불렀어요. 편하게 부르세요.”

“그럼 누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네? 네.”

대화를 하는 사이에 싸리나무 불에 구운 고기가 적당히 익었다. 천동은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서 그녀에게 건넸다.

“갑자기 고기를 먹으면 체할 수 있으니 천천히 꼭꼭 씹어가면서 드세요.”

“네.”

다른 한쪽에서는 신라의 토기처럼 투박하게 생긴 질그릇에서 뭔가가 끓고 있었다. 냄새가 제법 구수했다.

“저건 무엇입니까?”

“산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는 맥문동이라는 것입니다. 하루에 두 잔씩 며칠 마시면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드릴 테니까 식혀가면서 천천히 드세요.”

국화는 천동의 세심한 배려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고맙습니다.”

“저 같은 백정에게 꼬박꼬박 존대하지 않아도 됩니다. 국화 누이.”

“아, 네.”

“네가 아니고 응이라고 하세요.”

“응.”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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