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관세율은 50%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구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원자잿값 인상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특히 전기차에는 일반 내연기관차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 이상의 구리가 사용된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전기모터, 인버터, 컨버터를 비롯해, 내부의 고전압 배선이나 충전 시스템 등에 구리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현대차 등 미국에 공장을 둔 업체의 전기차 생산 비용은 관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고, 미국 외 지역의 생산 비용도 구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현대차는 전기차(EV) 공장인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기반으로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데,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구리를 핵심 재료로 쓰는 국내 전자 업계도 영향권에 포함됐다.
전자업계는 미국 내 미국산 구리를 조달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지만, 단기간 내 조정은 어려운 만큼 공급망 혼란 등 리스크가 증가했다며 우려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대한 관세이기 때문에 완제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관세는 없다”면서도 “관세 부과에 대한 영향과 대응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선 등 구리가 포함된 건설자재를 쓰는 건설업계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미국발 관세 적용에 따른 자재 가격 변동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구리 관세로 인해 가격이 불안정해지면 건자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선 가격 상승으로 건설 원가에도 영향이 있다”며 “가격 동향과 공급망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대미 구리 수출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수출에 직접적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 관세 조치로 구리 가격이 급등하면, 공급망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4월 미국 상무부에 보낸 의견서에 “미국의 구리 수입 중 한국산 비중은 3.5%에 불과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미국 내 구리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수입 제한 조치를 단행하면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국가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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