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검술과 조선세법은 똑같이 양손을 이용한 합격의 자세를 사용하였으나 의병들이 승리를 하는 것은 바로 힘의 차이였다. 체격이 왜병보다 더 큰 조선의 의병들이 비슷한 병기와 비슷한 사용법을 가지고 싸우는 전투에서 이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거기다가 조선의 의병들은 지형지세를 잘 알고 있었고, 의병장들이 그런 점을 이용하여 주로 유격전을 한 것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네 검술을 다시 한 번 보고 싶구나. 보여줄 수 있겠느냐?”
“보잘 것 없는 재주이오나 장군께서 봐주신다면 기꺼이 명을 따르겠습니다.”
천동을 홍의장군 앞에서 자신의 검술을 시연해 보였다. 그는 조선세법의 장점과 왜검술의 장점을 혼합한 새로운 검술을 펼쳐 보였다. 흥미롭게 지켜보던 장군의 얼굴색이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네 자질이 이 정도였더냐? 세법만은 아닌 듯싶다만, 무엇이냐?”
“조선세법과 왜검술을 혼용한 것입니다. 아직 성취가 미미합니다.”
“성취가 미미하다? 네가 지금 나를 희롱하려 드는 것이더냐?”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장군, 소인은 그저 혼자서 틈틈이 연마를 한 것이고 기간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과연 기재로다. 정말이지 안타깝구나. 너 정도의 자질이라면 장차 조선의 병권을 지휘하는 병판의 자리도 넘치지 않거늘…. 하늘이 어찌 이런 인재를 천한 태생으로 보냈을까?”
말을 마친 장군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천동을 다시 바라보았다. 천동과 같은 기재는 정승판서가 되어서 나라의 큰일을 하거나 아니면 반란의 수괴가 되는 운명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런데 천출이라면 전자는 불가능할 것이고, 후자가 될 운명인데 그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재다. 자신의 휘하에 두고 다스릴 수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천동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보였다.
“울산의 백정 장오석을 아느냐?”
“예, 그 사람은 소인도 잘 아는 자입니다.”
“경상좌병사 박진이 장계를 올리자 주상께서도 천한 자이지만 관직을 내리라 하셨다. 그를 사람들은 더 이상 백정이라고 안하고 장 장군이라고 부른다. 그것도 알고 있느냐?”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그런데 너처럼 무술이 뛰어난 자가 어찌하여 아직도 정상적인 의병활동을 안 하고 남들 눈에 안 띄는 싸움만 하는 것이냐? 정식으로 의병군에 합류해서 공을 세우면 면천법에 의해서 네 후손들은 천인 소리를 안 들을 수도 있을 터인데, 왜 고집을 부리는 것이냐?”
“군대란 조직 안에 들어가면 명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의 계획대로 싸우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아직도 내 휘하에 들어올 생각이 없다는 것이냐?”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