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네 마음속에 눈 속에도 살아 있다
밤이면 달빛가로등 검은 길을 밝힌다
도시의 불빛들이 크게 작게 반짝인다
달빛을 기다리는 동심이 한데 모여
화단에 심은 둥근 씨 달님으로 피어난다
울산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어린이공원이다. 씩씩하고 용감한 콘셉트로 조성된 공원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공원안내도가 세워진 곳의 앞에 섰다. 풀밭에 앉아 있을 독수리 나무 위에 앉아 있을 독수리를 생각하며 위아래를 다 훑었지만 그것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한쪽 돌담이 시작된 곳은 낮았다가 갈수록 높아지는 형국의 돌담이 보였다. 꼭 독수리가 비상하는 모습을 재현한 것 같았다. 계속 독수리를 기대하는 마음을 접을 수 없었던지 돌담 벽 사이에서 갑자기 큰 독수리 한 마리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해 잠시 긴장을 했다. 동심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런 상상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독수리는 이제 더는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화단에는 얼마 전에 식재한 듯한 측백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간간이 조형 의자들이 초승달 모양을 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타일 바닥에는 애들이 한 듯한 큰 낙서가 보인다. 공공을 위한 시설물에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 철부지 행동에 잠시 마음이 불편했다.
붉은 타일을 밟으며 걸음을 멈춘 곳은 또 다른 안내도가 설치된 곳이었다. 이곳에서부터 달빛누리길인 달빛코스와 별빛코스를 설명해 두었다. 울산경찰청에서 성안중학교 백양초등학교 울산애니원고등학교 성안파출소까지가 달빛코스이고, 벽산이빌리지아파트에서부터 함월구민운동장 성안생활체육공원을 거쳐 성안금호타운아파트까지가 별빛코스라고 돼 있다. 그러고 보니 돌담 벽의 반대편 담 옆에 달을 상징하는 듯한 하얗고 동그란 전구들이 긴 대에 끼워져 곳곳에 세워져 있다. 간간이 나비와 잠자리 같은 곤충들도 섞여 있다. 하얀 전구는 아이들 주먹만 한 크기로 아주 앙증맞게 보였다. 밤이 되면 이곳저곳에서 달빛을 반짝일 것 같았다.
자연보호라는 돌비석이 세워진 곳의 입구에는 작은 크기의 대나무통이 여러 개 세워져 있다. 흰색과 민트색을 칠하여 밝고 이색적으로 보였다. 운동기구가 놓인 곳을 지나 데크가 놓인 곳에는 그리니치천문대를 나타내는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통합기준점과 위도 경도가 나타나 있고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장이라는 말로 끝을 맺어 놓았다.
마지막으로 보려고 아껴두었던 별자리놀이대로 향했다. 외관상으로는 우주선 모형이다. 세 개의 다리가 있고 둥근 통 안에는 별자리를 볼 수 있도록 아랫부분이 뚫려 있다. 뚫린 부분으로 고개를 넣으니 통의 천장에 별자리들이 새겨져 있다. 아이들이 과학 시간에 배울 별자리를 이곳에서 먼저 만날 것 같다.
공원에 심어 놓은 묘목들이 뿌리를 내리고 잎과 줄기를 키워가듯 아이들도 이곳에서 꿈을 키울 것이다. 어떤 아이의 꿈은 벌써 나무의 우듬지까지 비상했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놀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배움도 함께 하는 곳이다. 이곳에 독수리는 없어도 괜찮다. 밤만 되면 화단에서 달님이 피어나니까.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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