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78)압록강 해진 날에-장현(?~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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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78)압록강 해진 날에-장현(?~1695)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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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리부동의 미학, 정치의 기술

압록강 해진 날에 어여쁜 우리 님이
연운(燕雲) 만리를 어디라고 가시는고
봄풀이 푸르거든 즉시 돌아오소서
<병와가곡집>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태산을 감추고도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검은 뱃속에는 하늘을 삼킬 수 있는 야망을 지니고서도 한량없이 태연한 외모를 가꾸는 사람. 얼굴은 종잇장처럼 얇게 태어났어도 마음은 뻔뻔한 철판같이 두껍고 컴컴한 복심(腹心)을 키우고 감추는 인간학을 실천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정한 정치인이다.

더 높이, 더 멀리 뛰면 뛸수록 그 이상을 향해 뛰고 싶은게 인간의 야망이다. 그리하여 점차 인간은 야망의 늪에 발목을 들이민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그게 난세를 살아갈 인간의 풍모가 아니겠는가.

한 명의 지혜로운 정치인은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세계를 손아귀에 넣을 수도 있는 역량을 발휘하기도 하는 것이 정치적 지도자의 면모이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가는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역관 장현(張炫)이 읊은 시조이다. 볼모 기간 8년 동안 소현세자는 비록 볼모의 신세였지만 청나라의 앞선 문명을 익히면서 조선의 정치를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를 키우며 돌아왔다. 그러나 소현세자는 귀국 직후 의문의 죽임을 당했으니 한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군자는 풍성한 덕을 깊이 감추어 우선 보기에는 어리석은 것 같아 보인다. 나라를 경영하는 전략에 있어서는 후흑학(厚黑學)의 달인이 되어야 함은 마땅한 일. 한량없고 태연한 외모 속에 칠흑 같은 검은 복심을 감추고 상대는 오히려 그 무엇인가에 끌려서 손아귀에 들어오게 하고 마는 사람, 바로 그 달인이 진정한 정치인이다.

국경의 해는 저물고, 두 왕자는 압록강을 건너 적국으로 향하는 기막힌 행차를 같이하면서 읊은 시조이다.

소현세자의 의문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조선은 태종 이후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가졌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소현세자의 죽음이었다. 최고의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누어 갖지 않는다고 했으니.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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