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연극제 우수연기상 수상
지난달 27일 막을 내린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울산 연극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울산 대표로 출전한 극단 푸른가시의 ‘바람이 머문 자리’가 단체 은상, 희곡상, 우수연기상(2명) 등 무려 4개의 상을 휩쓴 것이다. 특히 개인상에서는 이례적으로 전민수·구경영 두 명의 배우가 동시에 수상하며 눈길을 모았다. 주인공인 전민수씨의 수상은 기대를 했었으나, 구경영씨의 수상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어서 배우 개인은 물론 울산 연극계로서도 희소식이었다.
구씨는 “제가 주인공도 아니어서 연습할 때는 전혀 기대를 안했다. 그저 주인공을 잘 받쳐 주는 역할로서 충실하자고 생각했다”며 “다만 연극제에 출전해 공연을 하고 나니 무엇인가 느낌은 좋았다. 마지막까지 덤덤하게 기다렸는데 전날 희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 대한민국연극제에서는 처음 받는 개인상이어서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상을 수상한 ‘바람이 머문 자리’는 공업단지 건설로 인해 선대로부터 이어온 가업과 절연해야 하는 힘든 선택으로 속앓이하는 옛 울산염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구씨는 염전 밭을 지키려는 주인공 광석(전민수 역)의 아내(형식 엄마)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연습 중에는 제가 맡은 역할, ‘형식 엄마’에게 일어난 상황에 집중하려 애썼고, 자의식이 생기지 않도록 극 상황에 에너지를 집중했다”며 “특히 자녀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엄마로 살고자,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며 배역에 충실했다. 특히 (하늘나라에 간)아들이 엄마를 응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연습에 임했다”고 말했다.
◇시낭송가로도 활동…작가에 도전
구씨는 대학을 연기 전공이 아닌 수학과를 진학했고,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연극을 처음 접했다. 구씨는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성격을 바꿔 보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 게다가 어렸을 때의 꿈 중 하나가 배우여서 대학 4년 내내 미친 듯이 연극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찍 결혼을 하게 되면서 출산·육아 등으로 좋아하던 연극을 잠시 쉴 수 밖에 없었다. 이후 1998년 제1회 울산연극제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재개한 뒤, 2003년 ‘웨딩드레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극배우이자 아내, 엄마로서의 쉽지 않은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2015년부터는 해마다 1~2편 이상의 연극에 배우로 참여하며 지금까지 총 3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지난해 제27회 울산연극제에서는 작품 ‘96m’로 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극 외에도 영화와 TV 드라마, 라디오 드라마 등에도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넓혔다.
그는 “연극의 매력은 맡은 역할의 삶을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말과 행동 표현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저의 연기가 관객의 마음에 가닿았을때 그때의 희열이 가장 크다”라고 말했다.
구씨는 연극배우이면서 시낭송가이기도 하다. 그는 “결혼을 하고나서 삶의 존재 이유였던 연극을 마음껏 못해서 답답했는데, 그러던 중 시낭송 모임을 알게 됐고 입회를 하게 됐다”며 “아이를 키우며 활동하기에도 시낭송은 현실적으로 적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낭송 외에도 요즘에는 독서 강의와 영화 연기 강의도 하고 있고, 이제는 공연 제작과 함께 글 쓰는 작가의 꿈도 갖고 있다,
구씨는 “대학시절처럼 온전히 제가 주인공인 작품,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직접 골라서 공연을 제작해보고 싶다”며 “또한 앞으로는 진정성 있고 울림이 있는 책을 써서 독자의 마음에 가닿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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