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리와 무관 불규칙하게 출혈 시 의심
직장인 김모(여·30대)씨는 최근 출근길에 난감한 상황을 겪고 크게 당황했다. 난생 처음 ‘부정출혈’이란 것을 겪은 것이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나한테 무슨 큰 병이 생겼구나’하는 두려움이었다. 속옷에 피가 조금 비치는 정도가 아니라 겉옷까지 묻어나올 만큼 출혈량이 많아서였다. 산부인과 검사 결과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출혈은 이틀간 이어졌다.
부정출혈은 정상적인 주기를 벗어난 비정상적인 출혈을 말한다. 특별한 질환이 없더라도 임신 초기이거나 자궁 외 임신인 경우, 출산으로 질과 자궁이 약해진 경우 출혈은 생길 수 있다. 출혈량이 많으면 빈혈과 어지럼증, 구토와 같은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보람병원 김연주 병원장은 “정상적인 월경은 21~35일 내외의 주기로 평균 4.7일간 지속되며, 30~40㎖의 출혈이 나타난다”며 “그러나 생리와 무관하게 불규칙한 출혈이 있는 경우, 또 생리 주기가 7일 이상 지속될 경우, 패드나 탐폰을 1~2시간마다 갈아야 할 정도로 출혈량이 많을 경우, 폐경 후 출혈이 있을 경우 등일 때 ‘비정상 자궁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증상이 있다면 기저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적절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정상 자궁출혈은 구조적인 원인과 기능적인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궁 내 근종, 용종, 자궁내막 이상 등의 구조적인 원인이 있을 경우 초음파, 자궁내시경, 조직검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해당 원인에 대한 치료가 선행된다.
기능적 원인은 배란장애 및 호르몬 불균형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청소년기나 폐경 이행기 여성처럼 호르몬 축이 불안정한 시기에 흔하며, 스트레스나 체중 변화, 갑상선 기능 이상도 관련될 수 있다.
김연주 병원장은 “10대 청소년의 경우 아직 배란 기능이 성숙치 않아 생리불순이 흔하다”며 “하지만 초경 후 월경 과다가 심하거나 평소 멍이 잘 들거나 혈액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선천성 혈액 응고 장애 가능성을 고려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인과 개인 상황에 따라 치료 달라져
가임기 성인 여성의 경우 자궁 근종이 비정상 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자궁 초음파 검사 등의 영상 검사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폐경 후에는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등의 악성 질환이 증가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 출혈은 자궁내막암의 신호일 수 있어, 반드시 산부인과적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하루 정도 소량의 출혈이 있었다가 곧 멈췄더라도, 결코 진료를 미뤄서는 안 된다.
특히 폐경기 전후 여성에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진 자궁내막암 환자가 최근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안쪽을 덮고 있는 점막층인 자궁내막에 생기는 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자궁내막암 환자는 2020년 2만3078명에서 2024년 3만392명으로 4년 새 약 32%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20~30대 젊은 환자도 2466명에서 3286명으로 33% 넘게 늘었다.
김연주 병원장은 “비정상 자궁출혈의 진단은 출혈 양상, 연령, 폐경 여부, 동반질환 유무 등을 모두 고려해 진행되며, 치료 방법은 원인과 환자의 연령, 향후 임신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며 “경구피임약, 프로게스틴 등의 호르몬제나 지혈제, 자궁 내 장치 등의 약물 치료와 필요할 경우 자궁내막 절제술, 자궁근종 절제술 등의 수술적 치료가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상 자궁출혈은 단순한 생리 변화가 아닌, 자궁이 보내는 중요한 신체 신호일 수 있다.
김연주 병원장은 “여성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민감하게 인지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검진과 관심은 나 자신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배려이자 건강을 지키는 확실한 방법이다”라며 “생리 주기, 양상, 기간 등을 기록해두고,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면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