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1)보살핌을 받는 안과 밖-햇빛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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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1)보살핌을 받는 안과 밖-햇빛공원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9.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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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핌 받는 곳은 따듯함 피어난다
누군가 약자 위해 선의를 베푼 곳엔
발걸음 오래 머물러 그 마음을 닮는다

사람들 밟은 땅 풀 한 포기 안 나지만
뿌리 끝 싹 올리는 벚나무의 고군분투
구름이 방해를 해도 주저하지 않는다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울산 중구 성안동 경동윈츠힐과 경동햇빛마을아파트에서 쾌적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햇빛공원을 오후에 방문했다. 들어서는 입구에 ‘담배꽁초는 재떨이에’라는 글귀와 함께 앞쪽에 소주병 하나 담긴 재떨이가 보인다. 공원 담에 부착된 안내판에는 지역주민 스스로 건강하고 행복한 마을 만들기를 위한 주민공동체 사업으로 1단체(아파트)1공원 가꾸기 봉사단이 돌보고 있다는 말도 있다.

공원을 돌본다는 말에서 사람의 정이 묻어난다. 삼면이 높고 낮은 언덕으로 둘러져 있고 한면은 경동햇빛마을아파트와 접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공원으로 연결된 길이 있어 사람들이 자주 오간다. 검은색의 낮은 철봉이 보인다. 어찌 보면 철봉이 아닐 것 같기도 하다. 가장자리에 형성된 약간 높은 화단에는 사람들이 낸 길이 있다. 얼마나 땅이 단단해졌던지 풀이 한 포기도 나지 않는다.

지는 해에 의해 나무들의 그림자가 길게 생긴다.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이어서인지 벚나무의 뿌리가 줄기로 되어 새순이 무리 지어 올라와 있다. 뿌리가 줄기로 된 게 족히 2미터는 넘을 것 같은데 흙 위로 올라온 뿌리줄기 끝까지 잎이 파릇거린다. 영양분이 이렇게 골고루 전달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뿌리줄기가 이렇게 길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햇빛이 빈틈없이 곳곳을 적셔준 덕분에 볼 수 있는 광경일 것 같다.

동백나무가 몇 개의 꽃을 피운 곳에 개를 위한 집 같기도 하고 고양이를 위한 집 같기도 한 물건이 있다. 누가 나무로 얼기설기 그럴듯하게 만들어놓았다. 기둥이 약간 기울었지만 중심이 잘 잡힌 것 같다. 먹이통에는 그들을 위한 먹이가 가득 담겨 있다. 햇빛이 오랫동안 머물러도 될 것 같은 공간이다. 그 옆에 또 다르게 생긴 집 하나가 있다. 기둥을 세웠고 땅과 가깝다. 마음이 따듯한 사람들 햇살을 많이 만난 사람들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런 선의를 베푼 것 같다.

햇빛공원이어서 곳곳이 따사롭다. 아이들은 놀이 공간에 모여 블록 놀이를 한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이 공원을 가득 채운다. 공원 곳곳에는 별다른 게 없지만 이름에서 빛을 품고 있어 마음 빛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만난 공원 중, 이곳에서 제일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 사람들이 공원에 나오는 시간대에 내가 왔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느낌이 다르다. 어린아이를 아빠가 시소에 올려놓으니 해맑은 웃음이 바로 터져 나온다. 할머니가 손녀를 바라보는 모습이 정답고도 정답다.

이곳은 벌초는 되지 않았지만 보기 싫거나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공원을 벗어나려니 왠지 허전함이 밀려온다. 뭔가를 놓치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다.

다시 공원의 모습을 눈에 담고 나오는데 전봇대를 완전히 감싼 담쟁이덩굴이 보인다.

햇빛공원의 안과 밖은 이처럼 햇빛의 보살핌을 동시에 받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담쟁이덩굴은 공원 안을 들여다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공원의 안과 밖에 골고루 스민 햇살은 엄마의 따듯한 품을 생각나게 한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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